연말 특수 기대하던 주류·숙박업계, ‘비상계엄 사태’에 “우는 애 뺨 때린 격”

숙박업계도 ‘예약취소’ 잇따라... “하루빨리 탄핵하거나 하야해야”

음식점 자료사진 ⓒ뉴시스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이 국내 내수시장을 직격했다. 송년회 등으로 12월 대목을 노리던 주류업계는 줄줄이 취소되는 연말 모임으로 인해 오히려 매출 감소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또 비상계엄 사태 직후 일부 국가들이 한국을 ‘여행주의국’으로 지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호텔 등 숙박업계에도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1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외식산업경기동향 중 주점업 전망지수는 전 분기(78.23) 대비 소폭 오른 79.83으로 80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망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그보다 낮으면 낮을수록 경기가 좋지 않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처럼 시장에 대한 전망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비상계엄 사태’라는 변수까지 등장했다. 송년회 등 각종 연말 모임으로 주류업계의 매출 상승이 기대됐는데, 순식간에 내수를 얼어붙게 만들만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실제 비상계엄 사태 직후 내수 시장은 빠르게 침체했다. 서울 명동 인근에서 주점을 운영 중인 김모(50)씨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비상계엄 사태’ 바로 다음 날부터 손님이 확 줄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며 “거기서 그치지 않고 주말 단체예약까지 잇따라 취소됐다.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실상 연말 장사에 대한 기대를 접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근에서 ‘ㄷ’생고기 전문점을 운영 중인 윤모(68)씨도 “(비상계엄 사태 직후)연말 모임 예약이 다 취소됐는데, 이후 예약신청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 주류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12월은 각종 연말 모임이 늘어나 주류업계도 매출이 늘어나는 시기다. 하지만 올해는 탄핵정국 여파로 외식업계가 불황에 빠지면서 주류 소비량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탄핵 정국 때도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된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기인 2016년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연이어 기준치 100을 밑돌았다.

한 대형 주류업체 관계자는 “송년회 등 모임이 많아지다 보니 주류업계에도 ‘연말 특수’가 있다. 코로나19 이후 주춤했다가 점차 나아지고 있었는데, 이번 사태로 걱정이 많아졌다”며 “우려스러운 마음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음식점이나 주점들의 영업 상황이 악화하면서 도매상들이 납품하는 주류 양도 줄고 있다는 현장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도매상 술이 안 나가기 시작하면 결국 술을 생산하는 업체들도 어려워진다. 생산해 놓은 물량도 문제지만, 이후 생산 계획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주류업계 관계자도 “(비상계엄 사태)상황이 장기화하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주류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지난주 그런 일(비상계엄 사태)이 일어났다. ‘우는 아이 뺨을 때린 격’”이라고 말했다.

한산한 명동 거리의 모습 ⓒ민중의소리

비상계엄 사태에 숙박업계도 ‘예약취소’ 잇따라
... 규모 작은 게스트하우스 직격탄 맞아


숙박업계도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숙박업계는 연말이면 방학시즌을 맞아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는 특수를 누린다. 하지만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한국을 여행하려던 외국인들이 방한 일정이나 숙박 예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운영에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실이 해외 주요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주요국 정부는 자국민 보호를 위한 ‘여행 주의보’를 발령했다. 주한 미국 대사관은 4일 홈페이지 첫 화면에 ‘경고(alert)’라는 문구와 함께 ‘한국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따른 미국 시민을 위한 지침’이라는 공지를 올렸다. 뉴질랜드 외교부는 아예 한국을 ‘여행 주의국’으로 분류했다. 여행 권고 수준을 전체 4단계 중 2번째인 '더욱 주의를 기울이기' 단계로 격상한 것이다. 이외에도 현재 전쟁 중인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가 한국 여행 자제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호텔업계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외국인 관광객들로부터 예약 취소와 여행 안전에 대한 문의가 잇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 호텔업체 관계자는 “비상계엄 사태 직후부터 20~30건의 예약 취소가 발생했지만, 전 지점에서 발생한 것으로 운영이 우려되는 수준은 아니었다. 평소보다 조금 더 많은 정도”라면서도 “대신 한국의 안전을 우려하는 관광객들의 문의가 많았다”고 말했다.

호텔업계는 사태 장기화를 강하게 경계했다. 한국 안전에 대한 불안감 확산이 관광객 감소로 이어져 숙박업계는 물론 여행·관광업계의 장기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다.

이 관계자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일주일 가량이 지났지만, 예약 취소율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지 않다”면서 “최악의 상황은 작금의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장기화할 때다. 연말은 여행·관광 수요가 몰리는 대목인데 현 사태로 안전에 대한 불안이 확산하면 그 피해가 것 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계업 사태로 인한 피해는 비교적 규모가 작은 업체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예컨대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높은 게스트하우스의 경우 예약 취소에 따른 피해가 더 컸다. 서울 종로에서 ‘ㅅ’게스트 하우스에서 매니저로 근무 중인 A씨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12월 예약 40건 중 10건이 취소됐다. 오늘도 예약 취소 연락이 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대로라면 연말 운영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A씨는 “게스트하우스는 성수기에 매출을 올려 비수기를 버텨야 하는데, 성수기 영업이 이렇게 끝나면 추후 운영에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인근에서 ‘ㅎ’ 게스트하우스 운영 중인 B씨는 “예약이 취소가 줄을 잇고 있는 것도 맞지만, 더 큰 문제는 추가 예약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탄핵하던 하야를 하던 사태를 정리해 경제를 정상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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