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영화리뷰] 불법과 부조리 앞에 선 아주 작은 인간의 선택, ‘이처럼 사소한 것들’

‘오펜하이머’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킬리언 머피’가 제작과 주연 맡아…지난 11일 개봉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 ⓒ스틸컷

킬리언 머피가 돌아왔다. 영화 '오펜하이어머'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그가 차기작으로 선택한 것은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아일랜드 '막달레나 세탁소'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곳은 18세기부터 20세기 말까지 아일랜드 정부의 협조 하에 가톨릭 수녀원이 운영했던 시설이다. 방탕하고 타락한 여자들을 계몽한다는 취지로 설립되었는데, 실제 이곳에 있던 미혼모, 성폭행 피해자, 고아 등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노동 착취와 인권 유린을 당했다.

영화 속에서 킬리언 머피가 맡은 역할은 '빌 펄롱'이다. 빌은 석탄을 판매하면서 살아가는 다섯 딸의 아버지이자 한 여자의 남편이다. 빌은 풍족하지 않지만 가족과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간다.

그러던 빌은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어느 날 수녀원 앞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목도한다. 부모에 의해서 한 소녀가 강제로 수녀원에 끌려들어가는 모습을 시작으로 그의 평범한 일상엔 균열이 시작된다.

그러다가 빌의 일상을 심각하게 뒤흔드는 사건이 일어난다. 조금 이른 시간에 석탄을 배달하게 된 빌은 수녀원 창고 안에서 며칠동안 방치된 것인지 알 수 없는 소녀를 발견하게 된다. 소녀는 묻는다. "지금 낮이에요, 밤이에요?" 심지어 소녀는 임신 중이었다.

영화 속에서 빌은 아주 작은 개인이다. 하지만 수녀원은 거대한 집합체다. 지역 곳곳에 수녀원의 입김과 영향력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영화는 이제 묻는다. 수녀원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불합리한 일들에 대해서 발설하고 소녀를 구할 것인가? 아니면 침묵으로 평화를 유지할 것인가?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 ⓒ스틸컷

영화는 빌의 얼굴, 말, 행동, 심리를 클로즈업한다. 소녀의 감금을 두고 수녀원장을 맞닥뜨린 상황에서 빌의 말들은 적은 표출량을 보인다. 하지만 그 적은 언어 뒤엔 소녀에 대해 직접적으로 따져 묻고 싶은 마음과 침묵을 선택한 뒤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수백 번 충돌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러다 수녀원장의 협박 아닌 협박을 듣고 수녀원에서 쫓겨나듯 나갈 때, 빌이 소녀에게 하는 말은 소소하지만 큰 무게를 보여준다. 빌은 소녀에게 "이름이 뭐니","내 이름은 빌 펄롱이고 부두 근처 석탄 야적장에서 일해"라고 말하며 도움이 필요하면 자신을 찾아오라고 말한다.

영화는 빌의 어린 시절도 함께 교차해 보여준다. 빌은 어린 시절 윌슨 부인 집에서 자랐다. 윌슨 부인은 갈 곳 없는 빌의 어머니와 빌을 거둬 들였다. 윌슨 부인 덕분에 빌은 어머니와 이별하지 않고 살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소소한 환대들과 사랑을 받으며 성장했다.

소녀를 위해 어떤 결정을 내리기까지, 빌의 심리는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불안하게 흔들리는 트럭처럼 매순간 요동친다. 그리고 빌은 결국 결정을 내린다. 킬리언 머피의 연기는 원작 소설 속에 숨겨진 치열한 내면을 깊이 파고들며 스크린 위에 펼쳐내 보인다. 많지 않은 대사가 외려 풍성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의 연기 덕분이다. 

킬리언 머피가 영화의 제작도 맡았다. 팀 밀란츠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영화는 12월 11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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