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회는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내란을 일으켜 헌법을 유린하고 국가를 혼란에 빠뜨린 대통령을 직무정지 시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시급한 조치였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탄핵이 완료되려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거쳐야 한다. 전체 9명 중 6인 이상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는 탄핵심판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임명도 진행되어야 한다. 헌법재판관을 추천해야 하는 국회도 할 일이 있고, 빠른 정국 정상화를 위해 헌재도 심판을 서둘러야 한다.
탄핵안 가결로 급한 불을 껐다. 비상계엄 선포는 자기만의 망상에 빠진 대통령이 불러온 최악의 위험이었고 또 다른 국난을 일으키기 전에 그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었던 것은 천만다행이다. 하지만 비상계엄은 대통령 자리에 있던 윤석열의 삐뚤어진 인식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일 뿐 잘못된 대통령이 2년 반 동안 곳곳에 뿌려놓은 병폐는 실로 광범위하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 정상화라는 시급한 과제는 단순히 헌재 판결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탄핵안이 가결되었다고 해서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권력을 유지하려 했던 세력의 저항이 멈춘 것도 아니다.
이제는 단죄의 시간이다. 나부터 살겠다는 변명만 난무할 뿐 비상계엄의 진실은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참람한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손톱만큼의 책임까지 다 드러내서 내란에 부역한 책임을 묻고 처벌해야 한다. 탄핵안이 가결되기 직전까지 윤 대통령은 담화를 발표하며 극우세력의 결집을 촉구했고, 탄핵안 가결 이후에도 일말의 반성 없이 같은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15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제안한 ‘국정안정협의체’를 거부했다. 권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여전히 여당”이라며,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당정 협의를 통해 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정치를 끝까지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책임에 대해서 조그마한 생각이라도 있다면 차마 할 수 없을 말이다.
지난 2년 반, 국민의힘이 공천해서 자질 부족의 대통령을 만들었고, 딱 그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정부를 구성했으며, 국민의힘은 그동안 여당 노릇을 해왔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은 그 책임을 엄중히 물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고, 대통령부터 여당까지 국민이 만들어 놓은 여소야대를 탓하기만 했다. 급기야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했으며, 여당은 이 시국에 이르러서까지 절대 다수가 탄핵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비상계엄을 막은 것도 국민의 행동이고, 탄핵안을 이끈 것도 국민의 여론이다. 지금의 난국을 타개하고 정국을 정상화할 힘도 오로지 국민에게 있다. 국민은 8년 전 박근혜 탄핵 뒤 당시의 황교안 권한대행이 무슨 일을 했는지 기억하고 있으며, 지금 내란죄로 수사를 받아야 하는 한덕수 총리가 무슨 일을 할지 지켜보고 있다. 극우세력을 등에 업고 혼란을 키웠던 과거를 기억하고 있으며,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지금의 국민의힘을 지켜보고 있다. 탄핵안 가결은 끝이 아니라 내란범을 단죄하고 국가를 정상화하는 시작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