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취임 146일 만에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한 대표의 사퇴로 국민의힘은 채 3년도 되지 않는 윤석열 정부 동안 5번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들어가게 됐다. 국민의힘은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 직후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전원이 사퇴한 바 있다.
한 대표의 사퇴는 통상적인 지도부 사퇴와 전혀 모양새가 달랐다. 한 대표는 탄핵안 가결을 지지했고, 대표직을 계속 수행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소속 의원 대다수가 탄핵에 반대한 상황에서 내홍이 불거졌고 결국 대표 자리에서 쫓겨난 꼴이 됐다. 한 대표를 지지해왔던 이른바 '친한파' 의원들도 한 대표를 몰아내는 데 힘을 보탰다.
12.3 내란 사퇴 이후 국민의힘에 속한 대다수 정치인들의 관심은 민주주의나 헌정 질서 회복에 있지 않았다. 계엄에 반대한 국민적 의지가 확인되고 국회가 계엄해제를 의결하자마자 이들은 당내 주도권 다툼에 나섰다. 한 대표에 대한 '배신자' 프레임이 그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을 비롯해 이른바 '친윤' 의원들은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불화해 지금의 사태를 불러왔다면서 책임을 한 대표에게 돌렸다. 한 대표의 말처럼 계엄을 선포한 건 한 대표가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탄핵 표결이 정국의 최대 관심사가 된 지난 2주 동안 국민의힘 의원들은 단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과 내란을 시도한 것과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런데도 당 주류는 이런 기상천외한 주장으로 표 단속에 나섰고, 적지 않게 성공했다. 이들은 마치 대한민국이 아닌 외딴섬에 자기들끼리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좀비'는 살아있는 시체를 말한다. 존재할 수 없는 존재이니 영화 같은 데서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공포와 외면의 대상이 된다. 지금 국민의힘의 모습이 그렇다. 모든 국민이 느닷없는 계엄과 내란에 놀라고 분노하는 데도 이들만은 "그래도 탄핵은 안 된다"고 버텼다. 현직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내란수괴'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탄핵을 해선 안 된다니 '좀비'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 그저 자신들 '내부의 적'을 찾아 소리를 지르고 위협을 한 게 국민의힘이 이번 사태에서 한 유일한 정치행위였다. 그러고도 당의 단합을 강조한다니 제정신이 아님이 분명하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이 이루어지면 보수정치가 망한다고 호들갑을 떨어왔다. 만약 보수정치가 망한다면 윤석열 대통령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를 보호한다고 소동을 벌인 국민의힘의 책임이 그보다 적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