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 부설 진보정책연구원(신석진 원장)은 17일 12.3 윤석열 비상계엄 선포가 1950년 이후 전세계 쿠데타 490건 중 선진국에서 최초로 발생한 쿠데타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진보정책연구원은 우선 세계 쿠데타 연구를 해온 존 J. 친, 데이비드 B. 카터, 조셉 G.W의 분석 기준을 참고해 12.3 비상계엄이 ‘쿠데타’에 해당하는가를 분석했다. 이에 따라 12.3 비상계엄은 ▲구체적인 행동 수반 ▲헌법 및 법률상 요건 미비 ▲권력 장악 의도 ▲현역군의 참여 등 4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기 때문에 ‘쿠데타’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 기준에 의하면 지난 74년 동안(1950년~2024년) 전세계에서 발생한 쿠데타는 총 490건이다. 이 중 개발도상국에서 447건, 저개발국에서 43건이 발생했다. 2020년대 들어 발생한 쿠데타 18건 중 16건이 저개발국가에서, 1건은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1950년 이후 현재까지의 쿠데타 중 “민주주의 선진국에서 발생한 최초의 쿠데타”라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전세계 쿠데타 중 상당수는 냉전 시기인 1990년대 초까지 빈번하게 발생했다. 냉전이 종식된 1991년 이후부터는 급격히 감소했다. 그러다가 2018년에는 단 한 건의 쿠데타도 발생하지 않았다. 냉전 시기 쿠데타는 미국과 소련을 등에 업은 제3세계에서 자주 발생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신생독립국에서 일상적으로 쿠데타가 벌어졌다. 쿠데타 발생 빈도가 높은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2010년대 이후 쿠데타가 현저히 줄었는데, 이는 민주주의 정부 탄생의 영향이다. 줄어들던 쿠데타 발생 건수는 2020년대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하는데, 대부분 빈곤율·아동사망률이 높고 교육·보건 수준이 낮은 아프리카의 저개발 국가들에서 발생했다. 특히 2020년대 쿠데타가 발생한 나라들의 1인당 GDP는 대부분 100위권 중후반이었으며, 한국을 제외하고 상대적으로 가장 부유한 나라가 GDP 80위인 가봉이었다.
국가 개발수준별 쿠데타 발생 비율은 개발도상국 91%, 저개발국가 9%로 나타난다. ⓒ진보정책연구원
연구원은 12.3 비상계엄의 쿠데타 유형을 기존 집권세력이 정적을 제거하고 권력을 더 공고히 하기 위해 헌정질서를 중단시키는 ‘친위 쿠데타’로 분류했다. 한국 역사에서는 박정희 정권의 10월 유신 선포가 이러한 유형에 해당한다는 분석이다. 연구원은 “윤석열 일당은 여소야대로 인한 통치 피로감이 쌓인 끝에 시대착오적 망상에 빠져 구시대 독재정치로 회귀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연구원은 만약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시민들의 저항이 커짐으로 인해 ‘비토형 쿠데타’로 전환될 여지도 있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연구원은 12.3 비상계엄을 기존 쿠데타들에서 나타난 목적이나 배경을 토대로 이해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짚었다. 연구원은 “새뮤얼 헌팅턴은 ‘제도화 수준이 낮은 국가에서 정치적 갈등과 불만이 극대화되어 발생하는 군사적 개입’이라고 정의했다. ‘쿠데타는 현대화 과정에서 제도적 정치 기구가 불완전하거나 약할 때, 사회적 동원이 정치적 안정성을 초과할 때 발생한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 개념으로는 20세기 수많은 개발도상국과 최근까지 이어진 아프리카와 남미의 쿠데타에 대해서는 설명할 수 있지만, 2024년 윤석열 쿠데타에 대해서는 ‘군대를 동원했다’는 특정 말고는 아무런 설명력을 갖지 못한다”고 했다.
연구원은 “윤석열의 쿠데타는 신생독립국의 쿠데타도 아니고, 민주주의 경험이 부족해 발생한 저개발국형 쿠데타도 아니다. 빈곤이나 높은 아동사망률, 종족간 갈등 등 치열한 계급투쟁의 결과도 아니고, 엘리트 장교들이 주도한 군사쿠데타의 전형에서도 벗어난다”며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일어난 쿠데타의 성격과 너무나 다른, 윤석열 쿠데타는 앞으로 어떤 쿠데타로 분류될 것인가”라는 새로운 연구 과제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