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 위원장으로 박선영 교수를 기습 임명한 데 이어, 17일 열린 진화위의 첫 회의마저 파행으로 끝났다. 위원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열린 전체위원회에서는 위원장 임명에 대한 정당성과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야당추천 위원들과 내란을 정당화하며 윤석열을 두둔한 여당추천 위원들 간의 설전이 벌어졌다. 이에 박 위원장이 “정치적인 이야기는 우리 업무 범위와 권한을 넘어선다”며 발언을 제지했고, 이에 야당추천 위원들이 모두 퇴장하며 회의가 중단된 것이다.
박 위원장은 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국기를 문란하게 하는 자들’ 때문이라며 옹호하는 취지의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바 있으며, 취임식 직전 자신의 취임에 반대하는 국가폭력 피해자들에게도 ‘인사를 투쟁의 목적으로 삼아 법치주의를 말살하려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내란 행위’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일부 위원들은 박 위원장의 정당성 문제와 함께 이 같은 발언에 대해서도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사과는커녕 어떠한 해명조차 하지 않았다.
진화위는 국가 폭력과 인권 침해의 진실을 규명하고,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다. 또한 과거사를 규명하는 일은 피해자들의 아픔을 직시하고 역사적 정의를 바로 세우는 중대한 국가적 책임이다. 따라서 그 존재 자체로 공정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수장인 위원장의 과거 행적들과 최근 보여준 태도는 이미 진화위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정치적 편향성, 헌재심판 보험성 인사, 독립성과 중립성의 훼손, 과거사 해결의 진정성 부족 등 박 위원장이 그 자리에 앉아서는 안 될 이유는 이미 차고 넘친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인사 결정을 철회하고 사회적 합의와 국민적 신뢰를 기반으로 진화위를 재정비해야 한다. 권력자의 폭력에 맞선 국민들의 저항, 이 역사의 진실을 기록하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진화위가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