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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윤석열 탄핵/파면을 촉구하는 음악인 2,645명의 목소리

2024 음악인 선언 ⓒ음악인 선언 준비모임(준)

오늘 12월 18일 수요일 아침 9시 ‘윤석열 탄핵/파면 촉구 음악인 선언’을 발표했다. 이번이 세 번째 음악인 선언이다. 이번 선언에는 무려 2,645명이 참여했다. 물론 그동안 이런저런 예술인들의 선언들이 꾸준히 이어졌고 참여한 음악인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음악인들만 따로 시국선언을 한 경우는 드물다. 2009년 ‘탐욕과 통제의 시대를 거스르는 대한민국 음악인 선언’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음악인 선언에는 600여명이 참여하고, 2016년 ‘민주공화국 부활을 위한 음악인 시국선언’에는 2,350여 명이 참여했다. 2008년 광우병 소고기 반대 촛불시위, 2016년 박근혜 정부 탄핵 요구 시위가 벌어지던 당시는 지금처럼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오래 촛불을 들었다. 대학과 예술인들 또한 연달아 연명을 발표했다. 사실 예술인들이 시국선언을 발표하는 방식은 박정희 정권 때부터 뿌리 깊은 전통이다.

그런데 세 번에 걸친 음악인들의 시국선언이 남다른 부분은 세 번 다 특정단체가 주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예술가 운동을 주도한 민예총이나 문화운동을 이끄는 문화연대 같은 단체 대신 개인 음악가, 비평가, 기획자들이 모여 힘을 합쳤다. 항상 10여명의 음악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방식을 논의하고 역할을 나누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한 이유는 진보적인 예술단체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뜻을 같이하는 음악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음악인 선언은 수많은 음악인들이 민주주의를 염원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일이며, 이 사회에서 음악인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떻게 활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일이다. 단지 인기를 얻기 위해, 좋은 곡을 만들기 위해서만 음악을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의미 있는 메시지를 나누기 위해 음악을 만들고 공연하는 음악인들이 무수히 많음에도 어떤 사람들은 유명 음악인들이 세상의 전부인줄 안다. 다른 장르의 예술인들이 훨씬 적극적으로 활동한다고 믿어버린다.

물론 어느 장르가 가장 올바른 목소리를 가장 크게 내는지 자랑할 필요는 없다. 이미 음악은 한국의 현대사에서 다양한 장르와 활동으로 진실과 정의를 지켜왔다. 시민사회운동의 문화 가운데 가장 친숙한 장르가 노래라는 사실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한다. 지금도 광장에는 케이팝과 민중가요가 공존하며 광장에 모든 다른 사람들을 튼실하게 묶어준다.

2024 음악인 선언 ⓒ음악인 선언 준비모임(준)

다만 올해에는 다른 영역에서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뒤늦게 논의를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후에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시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그 결과 이번 음악인 시국선언에 참여한 음악인들의 수는 역대 최대 인원에 이른다. 이번 음악인 선언에는 음악인뿐만 아니라 공간운영자, 기획자, 매니저, 제작자, 음악평론가를 비롯한 음악생태계 종사자들까지 참여했다. 당연히 수도권 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음악인들이 이름을 올렸다. 장르 또한 대중음악 뿐 아니라 한국 전통음악과 고전음악 클래식 음악인들도 함께했다.

이번 음악인 선언을 발표하면서는 특정 음악인만 부각시키지 않기 위해 유명 음악인의 이름을 따로 적어서 보도자료를 보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2,645명의 이름을 찬찬히 훑어보았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인의 이름을 여럿 발견했을 것이다. 강승원, 조동익, 정태춘, 장필순의 이름과 고찬용, 권진원, 이승환, 이은미의 이름이 함께 실린 음악인 시국선언이다. 싱어송라이터와 밴드들의 이름은 너무 많아 다 적을 수 없을 지경이다. 9와숫자들, 강백수, 강아솔, 강이채, 곽푸른하늘, 권나무, 권송희, 김목인, 김사월, 꽃다지, 나상현, 나희경, 남메아리, 단편선, 더보울스, 로큰롤라디오, 루빈, 모임별, 몬구, 문미향, 문혜원, 미미시스터즈, 박근홍, 박상연, 박솔, 박혜리, 보엠, 사공, 사뮈, 사이, 생각의여름, 선과영, 성기완, 세이수미, 소음발광, 소히, 솔가, 송미호, 슬릭, 시와, 신세하, 안녕하신가영, 안예은, 안희수, 알레프, 예람, 오소영, 오수경, 오지은, 요조, 우주히피, 유다빈, 유발이, 윤석철, 이규호, 이란, 이랑, 이민휘, 이반지하, 이선지, 이설아, 이시문, 이아립, 이지형, 이한철, 잠, 장명선, 전유동, 전송이, 조웅, 진수영, 차승우, 최고은, 최새봄, 추승엽, 카코포니, 코가손, 하이미스터메모리, 하헌진, 한충은, 한희정, 허윤정, 허클베리핀, 홍갑, 황민왕 같은 이름을 찾아보면서 음악팬들은 더 즐거워질지 모른다. 애정하는 팀의 성원들을 발견하면 그 팀의 음악을 더 듣고 싶어지지 않을까. 다양한 장르의 음악마니아들은 더 많은 이름을 발견하며 지금 우리가 하나임을 확인할 것이다.

이렇게 많은 음악인들이 음악인 선언에 이름을 올렸을 뿐 아니라 이미 여러 번 광장에 달려 나가지 않았을까. 소셜미디어에 분개하는 글을 올리기도 하고, 어딘가 후원했을 수도 있다. 음악인 선언은 그 많은 행동들 중 하나다. 남성이거나 여성으로, 노동자이거나 성소수자로, 청년이나 장애인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듯 음악인들이 온 사회가 말할 때 함께 말하는 일은 시민의 자유이며 역할이다.

이제 음악인들의 말은 음악과 공연으로 이어질 것이다. 쿠데타의 충격과 분노는 노래가 될 것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질문이 연주로 흘러나올 것이다. 음악이 아름답고 음악인이 훌륭한 이유는 묻고 기록하고 성찰해야 할 이야기를 음악으로 품음으로써 오래 간직할 수 있게 하고, 더 많은 이들에게 다가서게 하게 때문이다. 음악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이 확정되는 순간만 꿈꾸지 않는다. 민주공화국의 음악은 그 너머로 날아간다. 오늘 음악인 선언은 그 길에 맺은 작은 열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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