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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계엄 당일 추경호 전 원내대표의 내란 동조 여부 밝혀야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이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주고받은 내용이 공개됐다.

공개된 대화 내용을 보면 한동훈 전 대표는 계엄 직후 "즉시 계엄을 해제해야 합니다. 지금 민주당은 담을 넘어서더라도 국회에 들어가는 상황입니다. 계엄 해제안에 반대하는 분 계시는지요"라며 의원들의 즉각적인 행동을 요구했다. 우재준 의원과 박정하 비서실장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와야 한다", "최대한 각자 방법을 써서라도 와달라"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 대화방에 참여하고 있었던 추경호 당시 원내대표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별도의 문자를 통해 국회 바깥에 있는 당사에서 의원총회를 열겠다는 공지를 보냈다. 그 결과 상당수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사에 모였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계엄해제 결의에 참여하지 못했다. 놀랍게도 추 전 원내대표는 이 시간 국회 안에 있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자신이 소집한 의총을 위해 국회 밖으로 나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본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국회의장에게 회의를 연기해달라는 뜻을 여러 번 전한 게 전부다.

추 전 원내대표의 행동은 상당한 의구심을 자아낸다. 자신이 국회 안에 머물고 있으면서 의원들을 당사에 모이도록 유도했고, 본회의장 집결을 요구하는 당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는 찬성도 반대도 표하지 않았다. 국회의장에게 '의원들이 모일 시간'을 요구하면서 자신은 본회의장에 가지 않았다. 고의적으로 계엄해제 표결을 늦추거나 방해하려했다는 의혹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추 전 원내대표는 이 시간에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했다는 사실도 시인했다. 추 전 원내대표에 따르면 이날 밤 11시 20분 경 윤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와 "계엄령을 미리 말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즈음 윤 대통령은 작전에 나선 일선의 군 지휘관에게 개별적으로 전화를 걸어 국회에 진입해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다급하게 내리고 있었다. 그런 윤 대통령이 막상 당사자라고 할 추 전 원내대표에게 아무런 지시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추 전 원내대표가 사전에 계엄 모의에 참여했으리라고 보진 않는다. 그러나 최소한 11월 3일 밤 그의 말과 행동은 계엄령 해제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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