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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국민의힘 꼴통 보수들은 어떻게 상식적 보수를 초토화시켰나?

62석 대 12석. 2016년 박근혜 탄핵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의 찬성 표결 숫자와 이번 윤석열 내란 탄핵 때 국민의힘 의원들의 찬성 표결 숫자다. 2016년 새누리당 의석이 122석이었으니 당시에는 그 당 소속 의원들 중 과반수(찬성률 51%)가 박근혜 탄핵에 찬성했다. 하지만 이번 탄핵 때의 찬성률은 11%에 불과하다.

은나라 시조였던 탕왕은 세숫대야에 ‘苟日新(구일신) 日日新(일일신) 又日新(우일신)’이라고 적고 매일 이 문구를 머리에 새겼단다. ‘진실로 새로워지기 위해서는 날마다 새로워야 하며, 또 날마다 새로워야 한다’는 뜻이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그런데 저놈의 국민의힘은 일퇴우일퇴(日退又日退), 하루가 다르게 퇴보하고 자빠졌다. ‘최소한의 양식을 가진 국회의원 비율’이 8년 만에 51%에서 11%로 폭락한 것이다. 혹시 너희들, 탕왕처럼 집 세면대에 ‘하루가 다르게 퇴보하리라!’ 뭐 이런 문구 새겨놓고 마음을 다지냐? 하루라도 빨리 퇴보하려고 모여서 스터디도 하고 그래?

그레셤의 법칙

경제학에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유명한 명제가 있다. ‘그레셤의 법칙’으로 많이 알려진 명제다. 여담이지만 나는 이따위 이상한 번역에 반감이 매우 큰 사람이다.

일단 악화(惡貨)는 나쁜 화폐, 양화(良貨)는 좋은 화폐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말은 일상생활에서 1도 쓸 일이 없는 단어 아닌가? ‘악화’ 하면 다들 ‘상황이 나빠졌나?’라고 생각한다. 양화 하면 생각나는 건 양화대교다.

이것까지도 참을 수 있는데 ‘구축한다’는 서술어에서 나는 거의 뒤집어졌다. 구축이면 상식적으로 ‘진지를 구축한다’ 할 때 그 구축, 즉 시설물을 쌓는 것 아닌가? 하지만 이때 쓰인 구축(驅逐)은 엉뚱하게도 ‘몰아낸다’는 뜻이다.

나는 진짜 평생 처음 들었다. 나중에야 잠수함을 공격하는 구축함의 구축이 이런 뜻이라는 것을 알았다. 영어로 ‘destroyer’라고 부르는 간단한 함선 이름을 굳이 구축함이라고 쓰는 것도 웃기고, “나쁜 화폐가 좋은 화폐를 몰아낸다”고 말하면 될 것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표현하는 경제학의 잘난 척도 웃기다.

아무튼 이 명제가 등장한 때는 영국 엘리자베스 1세의 재임 시기였다. 엘리자베스 1세는 왕실의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황당한 꼼수를 사용했다. 화폐를 만들 때 은을 충분히 함유하지 않은 저질 은화를 다량으로 찍어낸 것이다.

그런데 불량 은화가 유통되자 영국에서는 양질의 은화가 시중에서 거의 사라졌다.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 팔 때 모두 왕실에서 찍어낸 저질 은화만 사용한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궁금했던 엘리자베스 1세가 당시 왕실 재정담당 고문이었든 그레샴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때 그레샴의 답이 “나쁜 화폐가 좋은 화폐를 몰아내기 때문입니다”라는 것이었다.

사람들에게 두 종류의 은화가 있다고 가정하자. 하나는 순도 100% 짜리 좋은 은화고 다른 하나는 순도 10% 짜리 나쁜 은화(엘리자베스 여왕이 만든)다. 문제는 좋은 은화건 나쁜 은화건 아무거나 들고 가도 시장에서는 똑같은 가치로 쳐준다는 데 있다.

어차피 같은 가치로 인정받는다면 누가 미쳤다고 좋은 은화를 들고 가서 물건을 사겠나? 나쁜 은화로도 충분히 물건을 살 수 있으니 좋은 은화는 장롱에 고이 모셔놓는다. 은 자체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확산되면 결국 시중에는 나쁜 은화만 남게 된다.

같은 교환비율이 문제다

그래서 그레셤은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를 “나쁜 화폐와 좋은 화폐의 교환 비율이 같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순도 10%짜리 나쁜 은화를 순도 100%짜리 좋은 은화와 같이 취급하면 이런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지금 국민의힘에서 상식적 생각을 가진 국회의원 비중은 꼴랑 11%다. 8년 전 새누리당 때의 51%에 비해 폭락했다. 전형적으로 악화가 양화를 쫓아낸 사례다. 꼴통 보수가 상식적 보수를 초토화시킨 것이다.

왼쪽부터 윤상현, 권성동,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민중의소리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느냐? 꼴통 국회의원을 순도 10%짜리 은화(1%짜리라고 하려다 많이 봐준 거다)라고 하고, 상식적 보수 의원을 순도 100%짜리 은화라고 해보자. 그러면 이 둘은 가치를 다르게 매겨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꼴통과 상식인이 모두 국회의원으로 대접을 받는다. 윤상현도 한 명의 국회의원이고 김예지나 김상욱도 한 명의 국회의원이다.

이러면 보수 쪽에서 누가 김예지나 김상욱 의원처럼 상식적으로 살려고 하겠나? 윤상현처럼 막 나가도 국회의원인데! 게다가 지역에 따라 저 악화가 양화보다 더 큰 대접을 받는다. 이러면 양화가 설 자리가 없다.

이건 정말 유권자의 문제다. 10%짜리 은화는 딱 그만큼만 대접해줘야 한다. 이걸 100%짜리 은화와 같이 취급하는 순간 양화는 사라지고 악화가 그 자리에 넘쳐난다.

나는 지금 국민의힘에서 벌어진 사태를 보면서 저 당은 앞으로 더 꼴통당이 되겠구나 확신을 가졌다. 변화와 혁신? 절대 안 된다. 10%짜리와 100%짜리를 구분할 의지가 전혀 없는 당, 게다가 10%짜리들이 쪽수를 믿고 더 떵떵거리는 당에서는 악화가 양화를 몰아내는 현상을 막을 길이 없다.

다시는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 게 바람직하지만 만의 하나 윤석열 같은 또라이가 또 등장해 탄핵 국면이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미래의 국민의힘 국회의원 중 탄핵에 찬성하는 상식적 보수의 비율은 10% 이하로 떨어져 0%에 수렴하게 될 것이다. 내기를 해도 좋다. 내 예언이 적중한다는 데에 내 돈 500원과 윤상현 월급 전부를 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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