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들의 입에서 '부정선거'를 입에 담는 횟수가 늘고 있다. 선관위가 거리 현수막 문구로 야당의 '내란공범 국민의힘'은 허용하되 자당의 '이재명은 안 된다'에 대해선 불허한 것을 두고 원내지도부가 일제히 비판에 나서면서다. 평상시 같으면 난데없이 웬 부정선거론이냐며 고개를 갸우뚱거릴 만하지만 12.3 내란 사태 이후 벌어지는 형국을 보자면 그 의도가 너무나 빤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속칭 태극기부대 같은, 지금 거리에서 탄핵 반대를 외치는 세력을 선동하여 정국을 바꿔보겠다는 심산이다.
내란 사태 이후 위기에 몰린 국민의힘이 처음으로 꺼내든 전환 프레임은 '헌정 중단만은 안 된다'였다. 집권여당의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리자 다시 헌정이 중단되는 트라우마를 겪을 수 없다며 이런저런 몽니를 부리면서 시간을 끌었다. 그러나 내란 사태 자체가 헌정의 중단이고 탄핵이란 중단된 헌정을 복원하는 것이라는 논리가 득세하면서는 힘을 잃었다. 또 실제로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되어 더 이상은 쓸 수 없는 카드가 되어버렸다.
국민의힘이 그다음으로 들고나온 건 탄핵과 특검 남발이 국정을 마비시킨다는 주장이었다. 서울중앙지검장이나 감사원장 등 주요 정부기관장의 탄핵이 반국가세력의 준동이라고 한 윤석열 대통령의 논리를 그대로 따른 것이었다. 내란 특검이나 김건희 특검은 말할 것도 없고 국무위원의 연이은 탄핵도 국정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는 선전은 정국 안정을 주도하고픈 민주당의 일부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지며 힘을 받는 듯했다. 내란공범 혐의를 받는 한덕수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기세를 얻은 국민의힘이 일제히 부정선거론을 들고 나오는 것은 바닥으로 떨어진 지지를 다시 만회해 정국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의도다. 그 기반은 역시 거리의 탄핵 반대 세력일 게 분명하다. 앞으로 내란공범으로서의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없고 집권 수장의 탄핵이라는 정치적 위기에 빠져들 게 분명한 그들로서는 계엄을 부추겨온 극우 유튜버들과 이 장단에 합을 맞춰온 세력들밖에 기댈 게 없기 때문일 것이다.
참으로 파렴치한 행동이지 않을 수 없다. 온 국민이 12.3 내란의 밤 트라우마에 힘겨워하고 있고 그 실체를 밝혀야 한다는 이때, 정치적 유불리만을 기준으로 혹세무민하려는 저들이야말로 국정마비 세력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