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의 공격을 유도하려했다는 의혹이 확대되고 있다. 12.3 비상계엄의 핵심 배후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 "북방한계선(NLL)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라는 메모가 있었다는 것이다. 수첩에서는 '오물풍선'이라는 표현도 나왔다. 내란죄로 구속된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이 북한의 오물풍선에 대해 원점타격을 지시하고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북한의 대응 행동을 유발하려했다는 의혹까지 합쳐보면 이 자들의 머릿속에 들어있던 위험천만한 계획이 무엇인지 짐작할 만 하다.
NLL 일대는 줄곧 남북간의 분쟁이 이어져 온 수역이다. 이 수역에서 우리는 북방한계선(NLL)을 긋고 북한의 군함과 어선의 남하를 막아왔고, 북한은 해상에서의 군사분계선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수역에 대한 관할권을 주장해왔다. 실체적으로 보면 우리의 주장이 관철되고 있는 곳이지만, 조그마한 계기로도 남북이 군사적으로 충돌할 수 있는 지역이다. 실제 2010년 11월 연평도에서 우리의 포 사격과 북한의 보복 포격, 이에 대한 반격으로 남북 모두 인명 피해가 났다. 이번에 이런 사태가 일어났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국가비상사태'로 보고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위험한 것은 북이 윤석열 대통령의 '의도'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더 큰 규모의 충돌로 이어졌을 가능성이다. 지금 남북은 어떤 제동장치도 없이 작은 갈등이 국지적 충돌로, 국지적 충돌이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 있는 상태다. 계엄의 명분을 만들겠다는 '불장난'이 민족 모두를 참화로 몰아넣을 대규모 전쟁으로 발전할 수도 있었다는 의미다. 야당은 "박정희·전두환 군사쿠데타 일당도 전쟁을 벌이며 체제를 전복하려 하진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맞는 말이다. 외부의 적대세력을 끌어들여 위기를 조장하고 이를 틈타 친위쿠데타를 벌인다는 건 군사독재자들도 상상하지 않았던 일이다. 민주화 이후 국민의 투표로 집권한 윤석열 대통령이 이런 발상을 했다면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
외환죄는 내란과 함께 불소추특권을 가진 현직 대통령을 소추할 수 있는 범죄다. 그 자체로 공화국의 존립을 흔들고 국민 모두를 최악의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나 김 전 장관 등이 이를 실제 공모하였는지 엄중한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수사보다 탄핵 재판이 우선"이라며 공수처의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정치적 의미가 큰 탄핵 재판에서 우군을 모아 자신에게 제기된 범죄 혐의를 피해가겠다는 잔꾀일 것이다. 공수처와 경찰은 윤 대통령을 하루 빨리 체포해 수사해야 한다.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내란세력에게 관용을 베풀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