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승환 콘서트 취소, 구미시는 계엄사령부인가

경북 구미시가 가수 이승환씨의 콘서트를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23일 김장호 구미시장은 크리스마스인 25일 구미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승환 콘서트 공연장 대관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계약을 하고 공연을 준비 중이던 주관사나 가수와 합의되지 않은 일방적 결정이었다. 구미시는 안전 문제를 들었지만, 매년 수십회 이상 공연을 하는 이승환 콘서트를 왜 갑자기 취소하는지 전혀 설명되지 않았다.

이승환씨는 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공연을 했다. 평화롭고 합법적인 공연이었다. 누구든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출할 권리가 있으며, 이를 이유로 부당한 위협을 받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세력은 이승환씨를 온라인에게 공격하는 것은 물론 구미 공연장 앞에서 집회를 예고하며 공연을 방해할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이승환씨 측은 관객들에게 안전요령을 공지하고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해 법률서비스도 준비했다. 정상적인 지자체라면 경찰과 협조해 안전하게 공연이 이뤄지도록 보장해야 한다. 그런데 구미시는 오히려 공연을 막아버렸다. 공연을 준비한 측과 관객들의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어떻게 보상할지 대책도 아직 없다.

더 심각한 것은 구미시가 이승환씨와 주관사에 정치적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강요했다는 점이다. 이승환씨가 공개한 서약서는 “기획사 및 가수 이승환 씨는 구미문화예술회관공연 허가 규정에 따라 정치적 선동 및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음”이라는 구절과 함께 날인을 하도록 돼 있다. 예술인이 공연장에서 무슨 말을 하든 이는 관객과 팬들에게 당사자가 책임질 일이다. 이를 법률로 규제하고, 나아가 사전에 서약서를 받겠다는 것은 헌법을 위반한 사전검열이자 반문명적 행위다. 이명박·박근혜 시절의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구미시 홈페이지에는 분노한 시민과 관객의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구미에서 못한 공연을 해달라며 추가공연 문의가 들어와 연말까지 순회공연을 연장한다고 이승환씨측은 밝혔다. 온라인에는 ‘구미’와 이름이 유사한 젤리 간식도 불매하겠다는 웃픈 메시지도 떠다닌다. 이로써 구미시는 과거의 망령이 지배하는 지역이라는 나쁜 이미지가 박혀버렸다. 불행한 일이다.

가수 나훈아씨가 정권에 쓴소리를 했다고 언론이 앞다투어 칭찬했었다. 나훈아씨와 똑같이 이승환씨의 신념과 견해도 존중돼야 한다. 나훈아씨 공연이 방해받지 않듯 이승환씨 공연도 보장돼야 한다. 콘서트 이틀 전 일방적으로 대관을 취소한 구미시의 행태를 보며, 12.3비상계엄의 섬뜩한 포고령이 생각난다. 구미시는 이승환씨와 팬들, 시민과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피해 회복 조치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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