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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이승환 콘서트 대관 취소 사태를 보며

13일 여의도 KDB한국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탄핵촛불문화제'에서 가수 이승환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페이스북

이승환의 콘서트가 강제 중단되었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구미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이승환의 콘서트 장소가 대관 취소되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구미시장 김장호는 공연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공연 대관을 취소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를 댔다. 이승환이 정치적 의사표현을 자주 하는데 그에 반발한 이들이 몰려오면 공연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의미일까. 물론 이 같은 상황을 마주하면 공연장을 운영 감독하는 지자체 최종결정권자로서는 고민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공연장 대관을 취소하는 게 최선일까. 구미시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뿐일까. 가령 행정력을 동원해 안전하게 공연이 치러지도록 할 수는 없을까. 이승환의 공연에 반발하는 이들이 발언할 수 있는 자유를 인정하면서 동시에 공연도 무사히 치러지도록 조율할 수는 없었을까. 이런 식이면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기는 불가능하다. 게다가 구미시에서는 이승환에게 정치적 선동 및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까지 요구했다.

대체 구미시장의 머리 속에는 무슨 생각이 들어있는 걸까. 그는 예술의 자유가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예술의 자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하길래 예술가에게 서약서까지 요구하는 걸까. 묻고 싶다. 그는 지자체의 행정수반이 담당해야 하는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이승환의 공연에 반발하는 이들이 있다 해도 그들을 빌미로 공연을 중단한다고 통보하는 게 최선일까. 그보다는 누구든 자유롭게 공연을 할 수 있도록 예술가를 보호하는 일이 행정의 역할이 아닌가. 만약 김흥국처럼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음악가가 공연하는데 정치적 견해가 다른 관객들이 반발한다고 대관을 취소한다면 잘한다고, 당연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행정이 담당해야 할 역할을 너무 쉽게 저버리고 무책임하고 무능력하다고 비판해야 할까.

구미시가 가수 이승환에게 날인을 요구했던 서약서 ⓒ이승환 SNS

김장호 시장은 특정 정치 지향을 가진 이들을 앞세워 책임을 다하지 않는 자신의 태도가 예술가를 존중하고 보호하려는 것처럼 호도했다. 무책임할 뿐 아니라 뻔뻔한 태도다. 민주사회의 지도자는 서로 다른 의견이 공존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어느 한 편의 주장을 억누를 권리는 없다. 예술가의 표현을 검열할 권리는 더더욱 없다. 김장호 시장은 이승환 콘서트를 반대하는 이들에게 당당히 모습을 드러내고 시위를 해도 좋지만, 콘서트를 방해하려 한다면 엄중한 처벌을 받을 거라고 경고했어야 한다. 하지만 그는 예술가에게 서약서를 요구하고, 공연 대관 계약 취소라는 손쉬운 방식으로 도망갔다. 그는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공연을 기다렸던 팬들은 망연자실 허탈해지고 낙담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태도가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의 태도와 얼마나 다른 것일까. 제 1 야당의 문제제기를 수용하거나 귀 기울여 들으려는 대신 친북세력/반국가세력으로 매도하며 친위쿠데타를 선언하는 모습은 타협과 협의, 존중과 공존이라는 민주사회의 방식에 완전히 역행한다. 이들은 2024년의 지도자가 아니다. 그보다는 군대를 동원하면 얼마든지 권력을 잡을 수 있다고 믿는 1970~80년대의 독재세력일 뿐이다.

듣고 싶다. 당신들에게 자유는 무엇인가. 당신들이 그렇게 떠받드는 자유민주주의는 무엇인가. 당신들의 공연장 대관 계약 취소와 비상계엄 어디에 자유가 있고 민주주의가 있는가. 이런 모습을 보면 당신들이 말하는 자유는 권력자들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 아닌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금지곡 판정을 내려 예술가의 입과 손과 발을 다 묶어버리던 시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그 시절 독재정권의 비민주적인 통치를 선망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들이다. 중요한 건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번드르르한 말보다 행동이 가리키는 건 자신들이 여전히 그 시대에 머물러 있다는 처참한 자기증명이다. 왜 대한민국의 보수라는 족속들은 하나 같이 이 모양인가. 예술가를 존중하지 않는 권력은 사랑받지 못하고 오래 가지도 못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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