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결국엔 윤석열발 북풍공작, 북한에 쪽팔려서 어쩌나?

윤석열. ⓒ뉴시스

윤석열이 정권 위기를 반전시키고자 이른바 ‘북풍 공작’을 실행하려고 한 근거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최근 경찰이 확보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수첩에서 “북방한계선(NLL)에서 북 공격을 유도”라는 단어가 발견됐고, 지난 10월 오물풍선이 대통령실 경내에 낙하한 사건을 계기로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예하 부대에서 대북 포사격을 준비했다는 말도 나온다. 내란 사태 핵심 인물인 김용현이 지난달 합참 지하벙커 전술토의 때 ‘오물풍선 부양 원점 타격’을 주장했다가 합참 지휘부 반대로 무산됐다거나, 국가정보원이 10~11월 백령도에서 북에서 띄운 오물풍선을 ‘레이싱 드론’으로 수차례 격추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서해상 무력충돌이나 오물풍선을 매개로 국지전을 기도한 것으로 볼 만한 정황들이다. 평양 무인기를 보냈다는 의혹 역시 한국 정부가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함에 따라 진실에 가까워졌다.

실제로 북한이 군사적으로 반응했다면 외형상 해석의 여지 없이 비상계엄 선포 요건이 충족될 수 있었다. 윤석열은 북풍 공작에 따른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을 국면 전환의 기회로 삼으려고 했다. 북한의 군사적 대응 여부는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의 내란 여부를 좌우하는 중요한 가늠자였던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오물풍선과 대남 확성기 대응으로만 일관했고, 군사적으로는 전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윤석열 일당은 북한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빌미 삼아 군사 지원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등 일종의 대리전 형태로 군사적 갈등을 부추겨보려고 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이러한 상황 전개는 윤석열 일당의 현실 인식 수준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보여준다. 북한은 이미 작년 말부터 사실상 ‘두개 국가론’을 꺼내들어 한국과의 완전한 ‘단절’을 선언했고, 헌법 개정을 포함해 실제 올해 국내외 정책적 행보도 그에 부합하게 이뤄졌다. 대남 선제 도발은 사실상 전무했고, 오물풍선이나 대남 확성기는 대부분 대북전단 살포와 대북 확성기에 대응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북한의 군사훈련은 한미 연합훈련이나 미국 핵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에 대응하는 식이었다. 북한으로선 어떠한 변화도 시도하지 않는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에 얽매이거나, 한국과의 관계를 레버리지 삼아 미국과의 관계 변화를 도모할 필요성도 없었다. 그 대표적 결과물이 지난 6월 북-러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이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관계가 발전됨에 따라 한반도에서의 힘의 균형을 통해 한·미·일에 의한 안보 위협 요인을 상당 부분 해소했고, 경제적 도약의 발판도 마련했다.

현실이 이러한데, 한국 정부는 끊임없이 북한을 자극하는 전략을 취했다. 정부는 올해 들어 대북 군사훈련 강도를 높였고, 군사합의에서 금지해온 육해상 적대행위 금지구역 내 포 사격과 기동훈련을 재개한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7년 만에 NLL 인근에서 서북도서 해상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거의 일방적 ‘구애’(?)처럼 보였다. 그러다가 10월 평양 무인기 소동 때 윤석열 일당은 일말의 ‘희망’을 보지 않았을까 싶다. 무인기 소동의 진상을 조사한 북한 국방성은 평양에서 발견된 무인기가 백령도에서 이륙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공화국에 대한 주권침해행위가 재발하는 경우 모든 화난의 근원지, 도발의 원점은 우리의 가혹한 공세적 행동에 의해 영영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은 서울시 상공에 정체불명의 무인기가 출현한 상황을 가정하면서 “더러운 서울의 들개무리들이 어떻게 게거품을 물고 짖어대는지 딱 한 번은 보고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방성 성명은 ‘재발하는 경우’로 한정했고, 김여정 담화는 ‘평양 무인기 소동’과 동일한 상황을 가정한 조롱에 가까웠다.

윤석열 일당의 무지성적이고 비현실적인 행보에 반해 김여정의 7월 담화가 윤석열발 북풍공작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있었다는 점이 참으로 아이러니다. 김여정은 당시 담화에서 “세상은 오늘 현재 윤석열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자수가 100만 명을 돌파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최악의 집권 위기에 몰린 윤석열과 그 패당은 정세 격화의 공간에서 ‘비상탈출’을 시도하고 있었다. 지역에서 끊임없이 안보 불안을 조성하고 전쟁 분위기를 고취하며, 위험천만한 국경 일대에서의 실탄 사격 훈련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때 나온 “발악적인 전쟁연습 객기의 끝이 무엇이겠는가 하는 판단은 스스로 해야 할 것”이라는 김여정의 경고는 돌고 돌아 12.3 비상계엄으로 현실화됐다. 결국 윤석열은 실체도 없는 ‘종북 세력’ ‘반국가 세력’의 국가 전복 시도와 극우 유튜버들이 주장해온 부정선거론을 이유로 계엄을 선포했다가 내란죄는 물론 외환죄 수사까지 받아야 할 처지가 됐다. 실제 현실에서 국민들에게 작용한 위협은 윤석열이 줄기차게 떠들어댔던 ‘북한’이 아니라 ‘윤석열’ 그 자체였던 셈이다. 윤석열과 그 무리들은 이제 북한한테 쪽팔려서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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