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헌법 짓밟고 혼란만 가중시킨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권한을 대행하고 있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회 몫으로 선출된 헌법재판관들의 임명을 거부했다. 한 대행은 26일 긴급 대국민담화를 발표해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말했다. "여야가 합의해오면" 즉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겠다고도 했다.

한 총리의 이런 입장은 어떻게도 설명하기 어렵다. 우리 헌법은 "헌법재판관 중 3명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사람을",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정하고 있다. 국회 몫 헌법재판관을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는 경우는 아예 상정하지 않았다. 한 총리의 입장이 어떤 헌법과 법률에 따른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한 총리가 국정의 안정을 위해 고육책을 냈다고 볼 수도 없다. 이번에 국회에서 선출한 세 사람의 헌법재판관은 계엄 사태 이전에 여야가 합의하여 각각 추천한 사람들이다. 인사청문회도 거쳤고 본회의에서 임명 동의 절차를 밟았다. 아무런 하자가 없고, 심지어 여야간에도 논란이 없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느닷없이 '임명을 반대'한 것은 계엄과 내란사태 이후다. 국민의힘이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짓을 벌이고 있는 지는 모두 다 알고 있다.

그 대신 한 총리는 온갖 궤변을 늘어놨다.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는 것이다. 헌법의 문언(文言)을 위반하면서 그 정신을 거론하는 꼴이다. 헌법의 정신으로 말하자면 국회 몫 헌법재판관의 임명 거부는 대통령에게도 주어진 권한이 아니다. 대통령도 갖고 있지 않은 권한을 권한대행이 행사하겠다는 것인가.

한 총리는 "법리 해석이 엇갈리고 분열과 갈등이 극심하지만, 시간을 들여 사법적 판단을 기다릴만한 여유가 없을 때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둑"이라고 둘러댔다. 사실 '한덕수 국무총리'가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이 된 것도 여야 합의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끝까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당론으로 반대했으니 말이다. 자신이 권한대행이 된 건 여야 합의가 아니라도 괜찮고, 자신이 해야할 헌법재판관 임명은 여야 합의여야 한다니, 이게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 할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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