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아시테지] 아이들에게 예술이라는 창으로 세상을 보여주는 아시테지 겨울 축제가 막을 열었다. 아이들은 공연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고, 내면도 살필 수 있다. 세상을 본 아이의 눈은 외연을 확장하고, 내면을 살핀 정서는 단단해진다. 아시테지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친구이자 훌륭한 교과서다. 올해 민중의소리는 아시테지 겨울축제의 작품들을 담아보고자 한다.
아시테지 겨울축제의 서막을 여는 첫번째 공연 '라몰의 땅 : 땅의 아이'가 막을 열었다. 객석은 이미 부모와 어린이 관객으로 북적북적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신나는 리듬의 인도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아이들은 먼 타국의 노래를 들으며 이미 인도의 히마찰프라데시에 있는 듯 큰 기대감을 내비쳤다. 곧 공연이 시작되고 어린이 배우가 등장해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객석 어린이들은 또래 배우가 인사를 건네자 더욱 반갑게 "안녕!"이라고 화답했다. 그렇게 아이들은 먼 타국 땅으로 연극 여행을 떠날 준비를 완료했다.
'라몰의 땅'은 인도 북부 히마찰프라데시에 사는 가족의 삶 속으로 어린이 관객을 초대했다. 라몰은 아빠, 브린자마티는 엄마다. 그리고 부부의 두 딸인 언니 누르, 동생 아샤가 있다. 야크와 야크마는 누르와 아샤의 절친한 동물 친구다.
극 초반 작품은 형형색색의 천 한 장으로 라몰 가족과 동물 친구들을 소개하며 아이들의 상상력을 한껏 자극했다. 이에 몇몇 아이들은 무대 아래가 너무 궁금했는지 고개를 쭉 빼고 아래를 내려다보기 바빴다. 또한 천 사이로 튀어나오는 사랑스러운 자매의 모습과 아기자기하고 기상천외한 동물들의 모습에 어른 아이 관객할 것 없이 "우와" 탄성소리를 냈다.
행복하고 사랑스러운 라몰 가족의 소개는 오래가지 않았다. 라몰 가족에게 첫번째 재앙(메뚜기 떼의 습격)에 이어 두번째 재앙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메뚜기의 습격으로 마을엔 먹을 것이 사라지고 라몰 가족은 심각한 배고픔에 고통스러워한다. 결국 라몰 가족은 딸들의 친구인 야크를 죽인다.
두 재앙 후, 공연은 두 가지를 비춘다. 첫 번째는 아이들 세대에 찾아온 환경 파괴의 모습이다. 메뚜기 습격으로 인한 기근, 산불로 인한 생태계 파괴, 홍수 등이 휘몰아 친다. 무대는 조명, 소리, 거대한 천 등을 활용해 파괴된 자연의 얼굴을 상징적이고 미학적으로 표현해 낸다.
두 번째는 환경 파괴로 세상을 떠난 친구(야크 등 동물 친구들)를 돕기 위해 용기를 내어 모험을 떠나는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죽은 야크가 자매에게 '이제 난 죽음의 계곡으로 떠나야 한다'고 말하자, 자매는 함께 가겠다고 한다. 야크는 그 여정이 힘들고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고 설명하지만, 아샤는 용기를 낸다. 언니 누르도 처음엔 반대하지만 결국 여정에 함께 한다.
세 번째 재앙은 홍수를 포함한 여러 역경들이다. 야크와 자매는 꿀을 모은 꿀벌, 불이 난 숲 속의 동물들, 홍수, 노인들 등을 만나며 죽음의 계곡으로 계속 나아간다. 자매들은 용기를 내어 보고, 두려움에도 떨어보고, 그러다가 다시 친구 곁에도 있으려고 하면서 단단해진다. 그런 자매들의 환상 모험을 어린 관객들 역시 놀라울 정도로 집중력 있게 지켜봤다.
한편으로 '라몰의 땅'은 어른을 위한 공연이기도 하다. 야크를 따라 사라진 자매를 찾기 위해 아빠 라몰과 엄마 브린자마티 역시 여정에 오른다. 부부는 아이들이 거쳐간 곳을 지나가며 비슷하면서도 다른 여정을 거치게 된다. 어른들은 황폐해진 땅을 거쳐간 아이들을 떠올리며 어떤 마음을 떠올렸을까.
'라몰의 땅'은 아이들의 상상력에 문을 두드리는 작품이었다. 동시에 다음 세대에게 직격으로 다가올(혹은 이미 다가온) 환경 문제를 연극이라는 언어로 유쾌하고 동화적이며 때론 강렬하게 담아냈다.
배우 조하석, 황재희, 조마리, 조인, 고은결, 허이레 등이 출연했다. 공동창작 작품으로, 황재희·조하석 배우가 공동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