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식,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 첫 번째 변론준비기일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12.27 ⓒ뉴스1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27일 첫 변론준비기일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간 변호인 선임을 미루고, 헌법재판소(헌재)가 보낸 탄핵심판 관련 서류도 수령하지 않던 윤 대통령은 변론준비기일을 5시간여 앞두고 소송 위임장을 제출했다. 윤 대통령 측은 헌재에 출석해서도 갖은 문제 제기를 통해 탄핵심판을 지연시키려 했지만, 헌재는 신속히 진행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변론준비기일에서 “지금 형사소송도 진행되고 탄핵 사건도 진행되고 있는데 두 개를 같이 진행하기에 충분한 인력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다. 저희가 여기에 대항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도 촉박한 상황”이라며 “지금 계류 중인 (다른) 탄핵 사건들이 많이 있는데, 이 사건을 제일 먼저 심리하고 빨리 진행하는 재판장님들의 협의나 근거가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재판을 주관하는 수명재판관인 정형식 재판관은 “당연히 대통령 탄핵 사건이 다른 어떤 사건보다도 더 중요하다”며 “무조건 앞에 있는 사건부터 처리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가장 시급하고 빨리 해야 하는 사건부터 해야 하는 것이라서 재판관 회의에서 이걸 먼저 하자고 했던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 재판관은 “탄핵심판은 형사소송에서 피고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과는 약간 다르다. 헌법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 제일 큰 목표”라며 “어느 면에서는 엄밀하게 증거를 따지고, 개인적인 권리를 보호하는 것을 형사소송만큼은 보장해 드리기 어렵다. 일방적으로 진행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저희로서는 신속하게 탄핵 심판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 재판관은 “그 과정에서 피청구인이 해야 할 것을 완전히 못 하게 하는 식으로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한도 내에서 충분히 보장을 해드리는 대신, 협조를 해주셔야 한다. 저희가 봤을 때 필요 이상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데 하지 않을 경우 제재를 하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헌재의 탄핵심판 관련 자료의 송달 과정이 적법하지 않다는 주장을 펴며, 변론준비기일을 연기해달라고 신청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 측은 “연기 요청을 하면서 제출한 의견서에 송달이 적법했느냐는 문제가 있는데, 저희 의견은 적법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오늘 피청구인 측이 소송에 응했으므로 하자가 치유됐느냐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그 문제는 조금 더 지적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또 다른 수명재판관인 이미선 재판관은 “준비기일은 변론이 효율적이고 집중적으로 실시될 수 있도록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를 정리하는 기일일 뿐이고, 오늘 준비하지 못한 부분은 추후에 주장, 제출할 수 있다”며 “소추의결서, 의견서, 준비기일 통지 등이 적법하게 송달됐고, 양측 당사자가 출석해 별다른 문제가 없는 점을 고려해 연기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법률대리인단인 배보윤, 배진한,윤갑근 변호사가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에 출석해 있다. (공동취재) 2024.12.27 ⓒ뉴스1
비상계엄 선포 및 담화문, 포고령 1호 등 객관적인 사실 자체도 다투겠다고 억지를 부리다가 재판관이 만류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정 재판관은 탄핵소추 사유별로 쟁점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한 사실과 그에 대한 담화문 ▲계엄사령부의 1호 포고령 발표와 포고령 전문 ▲12일 대국민 담화문 발표 등을 언급하며 “피청구인 측은 이런 사실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다투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윤 대통령 측이 “사실관계 주장, 증거 등이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답하자, 정 재판관은 “우리가 다 뉴스에서 봤지만 계엄 선포를 했고, 담화문 내용이 나오지 않았나. 계엄사령부의 포고령 1호가 언론에도 보도가 됐고, 다 배포가 된 사실, 12월 12일 자로 피청구인이 담화문 발표도 하지 않았나. 담화문 발표 내용도 뉴스에 나온 대로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 측은 “답변서에 말씀하시는 사실관계를 정확히 정리하고, 필요하면 자료 제출 요구를 하신 것도 같이 제출하겠다”고 버텼다.
정 재판관은 다소 황당하다는 듯 웃음을 지으며 “그건 크게 다툴 여지는 없어 보이긴 한다. 다투지 않고 필요한 부분은 따로 추후에 서면으로 내면 어떨까. 그 부분은 공지의 사실”이라고 말했고, 그제야 윤 대통령 측은 “선포하고, 포고령이 있었고, 담화문을 발표한 사실 자체는 다투지 않겠다”고 수긍했다.
이날 오전에 선임된 대리인단은 대부분의 질문에 “추후 답변서를 통해 한꺼번에 정리해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헌재가 요구한 국무회의 회의록을 제출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말에도 “답변서를 내면서 이걸 증거로 해서 다 같이 체계적으로 변론을 하겠다”고만 말했다.
한편, 헌재는 오는 1월 3일 오후 2시 변론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이미선 재판관은 “피청구인 측은 기일이 촉박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사건 탄핵심판이 우리 국가 운영과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의 심각성, 중대성을 고려해 기일을 정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변론준비기일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오늘은 준비기일이니 (관련 자료의) 송달이 적법하게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 준비하지 못하고 나와서 다음 기일에 자세하게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다시 기일 연기신청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준비해 보고, 준비가 되면 하는 것이고 안되면 대응책을 찾겠다”고 말했다. 앞서 석동현 변호사가 예고한 대로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에 적절한 시기에 직접 나와서 말할 것”이라고도 했다.
오는 29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출석 요구에는 “여러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어서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에 결정할 것”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윤석열 대통령 측 대리인인 윤갑근 변호사가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에 출석 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2.27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