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1층 대합실에서 항공기 활주로 이탈 사고 탑승자 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2024.12.29 ⓒ뉴시스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사고로 인한 사망자 120여명 중 오후 3시 기준 신원이 확인된 탑승객은 5명이다. 사고를 수습 중인 당국은 현장에서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 명단을 알리지 않다가 가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은 뒤에야 이를 공개했다.
국토교통부와 소방청 등으로 구성된 지역사고수습본부는 이날 오후 2시 30분께 무안공항 청사에서 진행한 탑승객 가족 대상 브리핑에서 사고 수습 상황을 전했다.
브리핑 도중 탑승객 가족 중 한 명이 “(사망자) 신원은 아예 안 밝혀졌냐”고 묻자, 수습본부 관계자는 “신원은 확인 중에 있다. 아...”라고 말끝을 흐렸다. 가족들이 재촉하자 이 관계자는 “다섯 분 정도 확인되긴 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분개하며 “그걸 알려줘야 하지 않나. 그걸 듣자고 브리핑을 기다렸다”, “명단을 알아야 병원이라도 찾지”라고 항의했다.
가족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진 끝에 수습본부 측은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 5명 이름과 출생 연도를 공개했다. 명단이 차례로 호명되자, 가족들이 오열하며 절규했다. 가족들 사이에선 “그걸 왜 이때까지 숨겼냐”, “다섯 명을 숨겨놓고 있었던 거잖아” 등 울분 섞인 말들이 터져 나왔다.
또 다른 가족은 “당신들이 직접 구조하는 게 아니면 그냥 여기 있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수습본부는 가족들 요청에 따라 사망자 신원이 확인되는 대로 현장 상황실에 명단을 실시간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7분께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가 무안국제공항 활주로로 착륙을 시도하다가 활주로를 이탈했고, 활주로 외벽과 충돌했다.
여객기는 화재로 인해 꼬리 일부만 제외하고 전소됐다. 화재 진압은 모두 마무리된 상태다.
희생자들 시신은 무안공항 청사 내 임시 영안소에 안치된 이후 유가족들을 통한 신원 확인을 거쳐 장례식장으로 이송될 예정이다.
항공기에는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총 181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승객 175명 중 173명이 한국인, 2명이 태국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