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들어 약해지기만 하던 원화 가치는 친위쿠데타 이후 나락으로 떨어졌다. 12월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3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0.5원 내린 1451.4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 넘은 것은 1997년 외환위기(1962.5원),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1570.7원)에 이어 3번째다. 급기야 원달러 환율은 12월 27일 148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문제는 강달러가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한 나라의 경제체력이 응집된 대표적 지표인 환율이 무너질 때 부동산 시장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2399.49)보다 1.38포인트(0.06%) 오른 2400.87에 개장한 1월 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원화 약세일 때 부동산 시장도 힘을 잃어
원화 가치가 말 그대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러다가 1500원 터치가 가시화될 듯싶다. 달러당 원화값이 장중 1480원대로 떨어진 건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6일(1488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글로벌 자금들이 전부 달러와 미 국채를 매수하러 몰려들었기 때문에 원화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주지하다시피 환율은 대한민국 경제의 체력을 대변한다. 원화의 가치가 폭락했다는 건 대한민국 경제체력에 큰 이상이 생겼음을 의미한다. 달러당 원화값이 1450원 밑으로 떨어졌던 1998 IMF 위기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부동산 시장은 급락한 바 있다.
강달러가 지속될 구조적 요인들
무역수지 흑자 규모 격감, 산업경쟁력 약화 등이 누적돼 지속적으로 약화되던 원화 가치는 내란수괴 윤석열의 친위쿠데타 및 탄핵 사태를 겪으며 수직으로 내리꽂혔다. 윤석열을 속히 탄핵하고 새 정부를 구성하지 않으면 원화 가치가 어디까지 떨어질지 누구도 모른다. 새 정부가 중국과 러시아 등 북방외교를 복원하고 베트남 등 남방교역을 확대해 구조적 무역흑자국의 지위를 되찾고 기존의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4차 산업혁명에 전폭적으로 투자해 미국 등 글로벌 리더를 추격해야 원화 가치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게 다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기사회생한다 해도 달러가 더 강해지면 원화 약세를 면키 어렵다. 근심스러운 건 미 달러화의 강세가 구조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예컨대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3회 연속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채수익률은 고공행진 중이다. 임계점을 넘은 정부 부채, 매수 여력의 약화, 감세 이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미국의 국채수익률은 구조적으로 떨어지기 어려운 형국이다. 미 국채수익률이 높으면 글로벌 자금이 미국 국채를 매수하려고 달러를 들고 몰려들 수밖에 없다. 달러 수요가 폭발하니 당연히 달러가 강세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구조적 재정적자에 더해 상하원까지 장악한 공화당이 트럼프의 감세 정책, 이민 정책, 관세 정책 등에 더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모두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국채 발행을 늘려 금리를 밀어 올리는 요인이다. 높은 금리는 글로벌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동시에 달러 가치도 강하게 만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24년 12월 22일 피닉스에서 열린 아메리카페스트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원화 가치가 제자리를 찾을 때까지 부동산 시장은 약세 면키 힘들 듯
원화 가치는 대한민국 경제의 현재와 미래가 모두 담겨 있는 지표다. 원화 가치가 폭락한다는 건 대한민국 경제의 현재가 처참할 뿐 아니라 미래도 시장에서 어둡게 본다는 의미다.
달러 강세야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요소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해야 한다. 하루속히 윤석열을 탄핵하고 새 정부를 구성해 대외신인도를 회복함과 동시에 구조적 무역흑자국의 명성을 되찾아야 한다. 그게 그나마 원화 가치를 복원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때까지는 부동산 시장도 약세를 면키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