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아시테지]16살 이언과 키코는 왜 폭탄을 만들었을까, 연극 ‘이 세상 말고’

편집자주

[여기는 아시테지] 아이들에게 예술이라는 창으로 세상을 보여주는 아시테지 겨울 축제가 막을 열었다. 아이들은 공연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고, 내면도 살필 수 있다. 세상을 본 아이의 눈은 외연을 확장하고, 내면을 살핀 정서는 단단해진다. 아시테지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친구이자 훌륭한 교과서다. 올해 민중의소리는 아시테지 겨울축제의 작품들을 담아보고자 한다.


연극 '이 세상 말고' ⓒ국립극단


누군가를 이해해 보려고 할 때, 우리는 무엇을 들여다봐야 할까. 어쩌면 누군가를 진심으로 이해하는 일은 그 사람의 행복보다 슬픔을 바라봄으로써 완성될 수 있다. 연극 '이 세상 말고'는 그것을 알려준다.

아시테지 겨울축제에서 만난 연극 '이 세상 말고'는 두 청소년 내면 속에 깊게 박힌 분노, 어려움, 슬픔을 사려 깊게 들여다본다. 무거운 정서지만 그렇다고 무겁게 풀지 않았다. 오히려 청소년 특유의 경쾌함과 밝은 호흡으로 무대를 빛냈다. 극장을 찾은 관객 중에는 성인 관객도 상당히 많았는데, 어른들도 두 청소년의 활달한 번뜩거림에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주인공은 16살 이언과 키코다. 절친인 두 사람은 아지트이자 비밀기지에서 학교를 날려버릴 폭탄을 만들고 있다. 가정과 학교 폭력에 시달리던 두 아이는 폭탄을 언제 어떻게 설치하고 터뜨릴지 구체적인 계획도 세웠다.

연극은 테러를 앞둔 12시간 동안 있었던 일을 담고 있다. 그러니까 이 연극은 테러 전 12시간 동안 있었던 일을 70~80분이라는 상연 시간에 담고 있는 셈인데, 그 짧은 시간 동안 연극은 아이들이 가정과 학교에서 받아야 했던 거대한 폭력의 얼굴을 시리고 아프게 담아냈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연극은 테러 시행 시간을 향해 달려갈 수록 아이들의 진심을 드러내 관객의 마음을 때렸다. 아이들의 분노와 슬픔 뒷면엔 햄버거 세트를 먹고 싶고,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라가보고 싶고, 고양이들과 놀고 싶고, 비밀기지에서 테러 계획을 짜는 게 아니라 친구와 노래를 듣고 시시껄렁한 농담을 하며 보내고 싶은 순수한 열망이 드러났다.

테러 시행 시간이 다가올 수록, 이언·키코와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그저 이렇게 두 사람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두 사람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하다. 아이들의 슬픔을 키운 폭력은 밉고, 아이들이 품은 꿈은 응원하게 된다.

작품에 출연한 김예은 배우가 작품을 쓰고 연출도 했다. 김예은 배우가 키코 역할을 맡았고, 김세환 배우가 이언 역할을 맡았다. 

연극 '이 세상 말고' ⓒ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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