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윤석열은 사이비 종교 하나 만들자, 전광훈은 거기서 목사하고

나는 요즘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마마를 반드시 지켜드리겠사옵니다”라며 오열하는 꼴통들의 동영상을 보며 여기가 조선시대인가 싶었다가, 경호처가 호위무사 노릇을 한다기에 사병이 허용됐던 고려시대인가 싶었다가, 윤석열을 신으로 받드는 골빈 인간들이 있다기에 제정(祭政)이 일치(一致)했던 고조선인가 싶었다가, 윤석열이 한남동에서 법도 무시하고 버틴다기에 범인이 도망쳐도 잡을 수 없는 장소 소도가 존재했던 삼한사회인가 싶었다가, 아무튼 헛갈려 죽을 것 같다.

종교도 헛갈린다. 자칭 목사인 전광훈이 윤석열을 지키겠다기에 여기가 기독교 국가인가 싶었다가, 그가 지키겠다는 윤석열 부부가 무속인 말만 듣는다기에 무속국가인가 싶었다가, 그 둘이 아삼육이 됐다기에 기독교가 유일신 교리를 버렸나 싶었다가, 아 몰라, 그냥 개판이다.

나는 윤석열이 대통령이 될 때 이 인간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무능하고 별 볼 일 없는 자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 그런데 내가 틀렸다. 어떤 면에서 윤석열은 진짜 난 놈이다. 대한민국의 시계를 고조선과 마한·진한·변한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했다. 유일신 사상의 기독교와 무속신앙의 대통합도 이뤄냈다. 이 인간이야말로 한국 현대사에 독보적인 존재로 기록돼야 마땅하지 않은가?

이미 종교 하나 만들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왕정이 무너지자 서양 사회는 대부분 헌법을 통해 정치와 종교를 분리했다. 몇몇 이슬람 국가들이 예외의 형태로 남아있긴 하지만 종교와 정치의 분리는 대세가 된 지 오래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정치와 종교의 권력 성향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종교는 신의 무오류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정치는 권력의 오류를 최대한 제어하는 쪽으로 설계돼 있다. 정치권력의 오류가 당연히 있다고 전제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민중들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리인은 절대권력을 가져서는 안 된다. 여기에 신이 개입하면 민주주의의 기반이 무너진다. 말도 안 되는 정책을 내세우며 “이건 신의 뜻이다”라는 한 마디로 모든 설명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석열 지지자들이 탄핵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이른바 대항해 시대 때 유럽인들은 아프리카를 침공해 살육을 저지르고 노예장사를 시작했다. 이게 말이 되는 짓인가? 하지만 당시 유럽인들은 그 참혹한 짓을 “신의 뜻이다”라는 한 마디로 퉁을 쳤다. 그래서 그들은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지르고도 태연했다.

일본 제국주의도 마찬가지다. 일본 왕이 신(神)이라는 게 말이 되나? 그런데 왕을 신이라 믿었던 일본의 젊은이들은 “이건 신의 뜻이다” 한 마디에 기꺼이 가미카제(神風)가 되어 목숨을 던졌다. 종교가 정치에 개입하면 이런 몰상식한 일들이 생긴다.

내가 요즘 윤석열 호위대의 종교화 현상에 학을 떼는 이유다. 지금 저들에게 윤석열은 법치주의의 한계를 뛰어넘는 신이다. 왕 나오고 호위무사 나오고 삼한시대의 소도까지 나오면 이미 윤석열 지지자들에게 한국은 제정일치의 사회다.

사이비 교주를 감옥으로

터널 비전(Tunnel vision) 현상이라는 게 있다. 시각 세포에 문제가 생겨 벌어지는 의학적 현상이기도 하고, 심리적 문제로 인해 벌어지는 심리 현상이기도 하다. 터널에 들어가면 주변은 보이지 않고 오로지 터널 끝, 밝은 부분만 보인다. 사람의 시야가 좁아져 오로지 목적지만 눈에 보이고 나머지 주변 환경은 전혀 보지 못하는 현상이 바로 터널 비전이다.

나는 정상적 종교와 사이비 종교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이 터널 비전을 꼽는다. 예를 들어 전광훈이 젊은 여집사에게 “빤스 내려라, 한번 자고 싶다”고 했을 때 그 신도가 경찰에 신고를 하면 그건 정상 종교다. 그런데 시야가 오로지 전광훈에게만 박혀 상식, 법, 제도, 도덕 등 주변 환경을 하나도 못 보고 진짜 빤스를 내리면 거기서부터는 사이비다.

계엄을 선포했고, 국회에 무장한 군인이 들이닥쳤고, 윤석열이 총을 쏴서라도 혹은 도끼로 문을 뽀개서라도 다 끌어내라고 지시했고, 군인 출신 무속인이 계엄 시나리오를 짰다. 이때 윤석열을 지지하던 사람이라도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그렇다면 법의 심판을 받아봐야 한다’라고 생각하면 정상이다.

그런데 시야가 오로지 윤석열 수호에만 박혀 “마마, 목숨을 걸고 지켜드리겠나이다” 이 지랄을 하고 있으면 거기서부터는 사이비다. 거기다 대고 윤석열은 새해 벽두부터 “나를 지켜라”라는 교시까지 내린다. 전형적인 사이비 교주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참에 윤석열은 사이비 종교라도 하나 만들어라. 어차피 너를 따르는 자들은 니가 무오류의 존재라고 확신한다. 그러니 니가 교주 하고 목사는 빤스 내리기 좋아하는 전광훈 시키면 되겠다.

하지만 사이비 종교 놀이는 여기까지다. 사이비 종교가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얼마나 큰지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일. 사이비 교주이자 내란범을 하루빨리 감옥에 처넣어야 한다. 교주를 감옥에 처넣고 그의 사이비 성향을 만천하에 드러내자. 경험상 그런 일이 신속하게 처리되면 최소한 몇 퍼센트의 교인들이라도 정상적인 시야로 돌아오게 할 수 있다.

그래도 윤석열을 순교자 취급하는 자들이 남아있다면? 그건 그냥 포기해야 한다. 그런 인간들은 전광훈한테 헌금 바치다 컵라면 하나 얻어먹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겠지.

하지만 그렇더라도 사이비 종교에 철퇴를 내리는 일은 시급하다. 철퇴를 내려야 제2, 제3의 윤석열교, 빤스교를 막을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이성의 시대요 민주주의의 시대이며 법치국가의 시대다. 더 이상 국가 정체성의 혼돈을 허락할 수는 없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