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회적 참사를 겪게 되면서 우리가 깨닫게 된 점 가운데 하나는 첫째도 둘째도 희생자와 유가족 등 피해자의 입장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이것만이 참사의 진상을 명확하게 밝히는 길이고 책임지도록 해야 할 것을 명백하게 드러내 보기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또 세월이 흘러도 여전할 유가족의 트라우마를 조금이나마 덜 수 있는 태도여서도 그렇다. 특히 '4.16세월호참사'는 반복되어온 참사들에 대해 미성숙한 대응으로 제2, 제3의 피해를 양산해 오던 우리 사회의 구태들에 경종을 울라면서 이후 일어난 참사들의 반면교사가 되었다. 물론 저절로 이루어진 건 하나도 없었다. 큰 충격과 슬픔을 견디며 일부 몰지각한 세력의 숱한 모멸에도 포기하지 않고 싸워간 가족들과 이에 연대한 시민들의 투쟁 덕분이었다.
국민들에게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겨다 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일어난 지 일주일째다. 이 시각에도 사랑하는 가족과 준비 없는 이별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상실에 빠져 있을 유가족들에게는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또다시 일어난 이 참사 앞에서 성숙한 공동체의 애도와 한없이 따뜻한 지원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참사 일주일째를 돌아봤을 때 여러 군데서 크고 작은 불협화음들로 유가족들에게 상처를 입혀 안타까운 상황이다. 정부가 이러저러한 조치들을 취했다고는 하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된 사고 수습과 피해자 권리 보장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소리가 많다.
참사 이틀째인 지난 30일 유족대표단은 피해자들의 마지막 존엄일 유해가 격납고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며 분노했다. 조속한 냉동고 설치에 나서야 했던 정부의 소홀로 발생된 일이었다. 가장 먼저 유족들에게 고개를 숙였어야 할 제주항공은 참사가 일어난 지 11시간이 지나서야 나타나 빈축을 샀다.
재난 보도 준칙을 지켜야 할 언론의 문제도 여전했다. 세월호참사 당시 전원 구조 오보처럼 이번에도 구조 인원의 오보가 초기에 있었다. 실제로 2명이 구조되었는데 3명 또는 어떤 언론은 6명으로 잘못 알리기도 했다. 모두 정확한 보도보다 속도 경쟁 때문에 빚어진 문제다. 피해자 가족의 신상을 집요하게 파헤쳐 슬픔을 부각하려 하거나 흥밋거리가 될 만한 위주의 기사를 양산하는 것도 그렇다. 특히 벌써부터 사망보험금이 어떠니 하는 기사들엔 화가 치밀 정도다. 피해자들에 대한 혐오도 여전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금까지 99건(4일 오후 5시 기준)의 악성글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사회적 재난을 대하는 공동체의 태도는 그 사회의 품격을 평가하는 데 아주 중요한 요소다. 아직 수습하고 처리할 일을 넘어 사고원인 파악과 책임소재 규명 등 쉽지 않는 과제를 남겨두고 있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아무쪼록 시간이 얼마나 걸리더라도 수습과 치유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와 관계기관, 우리 사회 모두가 성숙한 태도를 보이게 되길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