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윤상현 따라 나경원·유승민도, ‘아스팔트 극우’ 된 국힘

국민의힘, 영남 웰빙 정당에서 아스팔트 극우 정당으로

왼쪽부터 윤상현, 권성동,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민중의소리

내란과 탄핵 정국에서 국민의힘이 아스팔트 극우정당으로 변모하고 있다. 전두환의 전 사위이자 박근혜 최측근이었던 윤상현 의원은 내란과 탄핵 정국에서 발군의 스피커로 발돋움했다. 대통령 관저를 지키며 윤석열측 입장을 밖으로 전하기도 했고, 탄핵반대 극우집회에서 좌파카르텔을 규탄하며 ‘항전’을 독려하기도 했다. 윤석열 측 입장이 윤 의원의 입으로 확산되고, 윤 의원의 주장이 윤석열 측 주장으로 전파되는 선순환(?) 구조도 자주 보인다. 그에게는 윤석열 지키기가 곧 대한민국 수호다.

김민전 의원도 지명도는 약하지만 발언의 강도는 못지않다. 그는 최고위원 시절 당 회의에서 극우적 주장을 내놓았다. 최근에는 윤석열 탄핵·체포를 주장하는 국민들을 중국인으로 둔갑시키는 발언을 극우집회에서 했다.

쌍두마차의 활약 속에 중진을 포함한 친윤 세력의 목소리는 어느새 전광훈 목사와 비슷해졌다. 점점 많은 의원들이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급기야 6일 아침 40여명이 대통령 관저에 집결해 ‘국회의원 사수대’가 됐다.

친윤 중진은 말할 것도 없고 나경원 의원도 날마다 윤석열 변호인단 및 전광훈 목사 세력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한때 국회 본청에서 ‘빠루’를 든 적은 있지만 서울지역 중진이자 당 대표급인 나 의원이 아스팔트 극우와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꽤 의미심장하다.

‘탄핵 트라우마’의 주인공으로 중수청(중도, 수도권, 청년)을 강조하던 유승민 전 의원도 조기 대선이 도래하자 여당 내 시류에 부응하는 모습이다. 최근 TV 프로그램에서 뜬금없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깝치지 말라”고 폭언을 내뱉었다. 5일에는 탄핵심판에서 형법상 내란죄 대신 내란행위 위헌성을 다투기로 하자 헌법재판소까지 공격하며 반발했다. 박근혜 탄핵심판 당시 권성동 의원 같은 절차를 밟은 것을 유 전 의원이 모를 리 없다. 조기 대선을 위해 극우세력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던진 것인지 모르겠으나 ‘결국 유승민마저’이다.

국민이 알 만한 다선 의원 중 아스팔트 극우와 명확하게 선을 그은 것은 안철수, 조경태 정도다. 안 의원은 6일 기자회견을 통해 “윤 대통령은 재판과 수사에 당당히 임하고 국민의힘은 혁신을 이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이들은 곁방살이 신세로 당내 위상이 쪼그라들었다.

거슬러 오르면 연원은 깊으나 국민의힘은 이명박의 한나라당과 박근혜의 새누리당을 이은 전통적 ‘영남 웰빙’당이었다. 극우세력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으면서도 거리를 뒀다. 아스팔트 극우세력 입장에서는 의원 배지 달고 단물만 빼먹는 ‘온실 속의 화초’가 미웠다.

그간은 힘의 크기상 어쩔 수 없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내란을 기도하다 실패한 현직 대통령이 극우 집회에 직접 감사와 응원의 편지를 보내는 혼돈 속에 국민의힘은 점점 더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속으로야 다들 윤석열 복귀는 불가하다고 생각하고 조기 대선이라는 잿밥에 마음이 팔려 있지만,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드는 이들의 눈 밖에 나서는 안 된다는 정치적 본능이 압도하고 있다. 어느새 ‘영남 웰빙’ 대신 ‘아스팔트 극우’가 국민의힘의 새로운 정체성으로 확립됐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앞에 모인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01.06. ⓒ뉴시스

따지고 보면 국민의힘에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12월 3일 비상계엄 해제에 앞장선 한동훈 당시 대표가 탄핵 가결에 일관된 입장을 유지했다면 말이다. 다음 대선은 승리가 어려워도 당은 쇄신과 갱생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갈지자 행보 뒤 한동훈이 쫓겨나자 당의 대세는 윤석열 지키기로 급속히 기울었다. 이전처럼 ‘간판 갈이’나 ‘석고대죄 쇼’로 위기를 넘기기도 불가능하게 됐다. 의원들의 속마음과 달리 윤석열과 정치적 생사를 함께 하는 길로 스스로 내몰렸다.

윤석열이 탄핵된 뒤라도 당내 소수 비주류에게 국민의 온정과 자비가 베풀어지긴 어려워 보인다. 혹한과 폭설에 광장의 비석이 된 이들과 이를 미안해하며 연대하는 국민에게 ‘저희는 윤석열과 별로 안 친해요’라는 변명이 통하겠는가. 80년을 이어온 반공·친미·혐오의 극우세력이 정치적 몰락과 퇴장을 하는데 윤석열 일당이 기여를 하는 역사적 아이러니가 점점 현실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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