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SNS에는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며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시민들과 함께 밤을 지새운 여성의 사진이 널리 퍼졌다. 진보당 정혜경 의원과 의원실 동료의 사진이었다. 많은 이들이 이 사진에 응원과 격려를 보냈는데, 국민의힘 이상휘 의원은 이를 엉뚱하게 이용했다. 사진을 잘라내고 덧붙여 ‘탄핵 반대’ 시민들로 조작한 것이다.
이 의원은 “지금 대한민국은 이렇게 버티고 있다. 29번의 탄핵과 내란과 반역이라는 겁박에도 이렇게 지켜내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논란이 일자 이 의원은 사진을 슬그머니 교체했다. 놀랍게도 이 의원은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사람이다.
가짜뉴스는 이런 정도에 그치지 않았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산하에는 ‘진짜뉴스 발굴단’이 있는데, 이들은 전날 국민의힘 출입기자단 단체대화방에서 ‘집회에 참석한 민주노총 조합원의 폭행으로 경찰이 혼수상태에 있다’는 소식을 올렸다. 물론 가짜뉴스였다. 익명 플랫폼인 ‘블라인드’에 올라온 가짜뉴스가 여당의 책임 있는 조직을 타고 더 번진 셈이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는 극우파의 주장은 상당한 정도로 가짜뉴스에 터를 잡고 있다. 부정선거론이 대표적이다. 이런 가짜뉴스는 다른 음모론과 결합해 ‘계엄이 정당했다’는 황당한 주장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여당 소속 국회의원이 이를 부채질하는 경우도 있다. 김민전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국인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가 내렸다. 그는 심지어 한남동 관저 앞 집회에 참석해 “가는 곳마다 중국인들이 탄핵소추에 찬성한다고 나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혐오표현과 가짜뉴스는 공론장을 왜곡시켜 민주주의의 발밑을 허무는 암적 존재다. 일부 몰지각한 이들이 이를 퍼뜨리는 것은 막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여당 소속의 정치인들이 이에 올라타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다. 부정선거론에 빠져든 대통령이 저지른 비상계엄과 내란의 뒤처리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음모론에 힘입어 정국을 반전시켜보려는 이들은 반드시 정치권에서 퇴출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