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아시테지] 아이들에게 예술이라는 창으로 세상을 보여주는 아시테지 겨울 축제가 막을 열었다. 아이들은 공연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고, 내면도 살필 수 있다. 세상을 본 아이의 눈은 외연을 확장하고, 내면을 살핀 정서는 단단해진다. 아시테지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친구이자 훌륭한 교과서다. 올해 민중의소리는 아시테지 겨울축제의 작품들을 담아보고자 한다.
코 잃은 코끼리 코바 ⓒ이야기꾼의 책공연 '코 잃은 코끼리 코바'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SNS는 나와 타인을 지속적으로 비교하게 만들고, 경쟁 우위의 사회는 나를 돌보기 보다 나를 심판대에 올려 놓고 저울질하게 만든다. 그래서 '너는 너고, 나는 나'라는 생각이 흔들리기 쉽다.
이러한 불안한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코끼리 코바는 '나는 나'라고 당당히 외친다. 코바는 이야기꾼의 책공연 '코 잃은 코끼리 코바' 속 주인공이다. 코바는 다른 코끼리와 다른 외모를 가지고 있다. 다른 코끼리에 비해서 짧은 코를 가지고 있다. 어릴 적 사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차별 받는 외모였지만 코바는 밝고 건강하게 자란다. 그리고 코바는 집을 떠나 새로운 코끼리 무리에 들어갈 준비를 한다.
코끼리 무리는 코바의 코를 이상하게 바라본다. '코가 없는 코끼리라니?' 하는 눈치다. 한 코끼리는 대장 코끼리에게 "코바는 (코가 없어서) 코끼리답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코끼리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얼핏 생각해 보면 코가 길고, 큰 귀를 가진 동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극 중 코끼리 무리는 밀림을 수호하고, 어려움에 처한 동물들을 구해주는 용기 있는 동물로 정의된다. 그런 점에서 '코끼리답다'는 것은 코의 여부가 아니라 코끼리의 정체성으로 더 잘 설명될 수 있다. 코로 물을 마실 수 있으면 되고, 힘이 엄청 세며, 다른 코끼리와 동물들을 도울 수 있으면 된다.
그런 점에서 코바는 짧은 코로도 물을 잘 마실 수 있고, 다른 코끼리에 비해 힘이 월등히 세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긍정한다. 또 다른 강점은 어려움에 처한 동물들을 보호하고 구해주려는 용기를 가지고 있다. 코바는 코의 여부와 상관없이 어떤 코끼리보다 코끼리답다.
코바는 자신의 코를 가리거나 코에 집착하기 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낸다. 그런 모습은 보는 이에게 감명을 준다. 코바는 움츠리기 보다는 '뿌앵' 하며 코끼리 울음을 크게 내지른다. 그 포효는 '지금 너 상태 그대로도 괜찮아' 라고 위로를 던져준다.
무엇보다 공연의 꽃은 무대를 채우는 오브제들이다. 무대는 겉으로 보기에 옷걸이가 가득한 의상실 같다. 하지만 창작진은 의상실을 거대한 밀림으로 뒤바꾼다. 옷걸이, 뾰족구두, 스카프, 양말, 장갑, 청바지 등을 통해서다. 털목도리는 다람쥐로 변하고, 장갑은 새들로 변신한다. 니트티는 귀여운 코끼리로 변신한다. 배우들은 옷걸이로 버팔로 뿔을 만들기도 하기도 한다. 옷장 속 모든 물건은 밀림 속 동물이 된다. 평범한 사물이 생명력 넘치는 동물들로 변신하는 장면을 넋을 놓고 지켜보게 만든 공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