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단내나는 삶] 희망텐트의 사회적 연대

7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박정혜·소현숙 여성노동자 최장기 고공농성(367일) 시민사회단체 해결촉구 및 1박 2일 옵티칼 희망텐트촌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01.07. ⓒ뉴시스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의 박정혜, 소현숙 조합원이 공장 건물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한지 오늘(1월 7일)로 1년이 되었다. 이에 금속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이들과 사회적 연대로 1월 10~11일 ‘1박2일 희망텐트’ 계획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LCD 편광 필름을 생산하는 업체로 일본 니토덴코가 100% 지분을 가진 외국투자기업이다. 이 업체는 2003년 경북구미 4공단 외국인투자지역에 입주하여 구미시로부터 공장부지 50년 무상임대와 법인세, 취득세 감면 혜택을 받았다. 2022년 4월에는 중국 공장 폐쇄로 구미 공장의 생산량을 늘려야 했기에 회사는 100명의 신규채용을 할 정도로 회사 운영은 안정적이었다. 불행하게도 2022년 10월 4일 화재 사고로 생산동이 전소되었다. 문제는 회사는 화재보험 보상금 1,300억으로 공장을 재건하기보다는 화재 발생 한 달 후인 11월 4일 청산을 발표한 것이다. 이어 회사는 일방적으로 희망퇴직자를 신청받아 193명이 퇴직했으며, 2023년 2월 2일에 희망퇴직 신청을 하지 않은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했다. 회사는 공장에 남아있는 조합원들을 퇴거시키기 위해서 수시로 공장침탈을 시도했다. 이에 2024년 1월 8일에 두 조합원이 공장 건물 옥상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정리해고 문제는
사회로부터 받은 특혜를 고려한다면
이는 명백히 사회문제이다
공권력은 진작 이 문제에 개입했어야 했다


내가 한국옵티칼하이테크가 어떤 업체인지 자세히 설명한 이유는 이 업체가 받은 특혜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하지 않는 것 같아서이다. 노동자들은 더 많이 소유하기 위해서 노동하지 않는다. 노동자는 더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해서 즉 더 충만한 인간성을 실현하기 위해서 노동을 한다. 이 사회로부터 특혜를 받은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사회적 책임으로 노동자들이 더 충만한 인간성을 실현하도록 노력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 업체는 노동자들로부터 기본권인 생존권조차 지켜주지 않고 빼앗았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정리해고 문제는 사회로부터 받은 특혜를 고려한다면 이는 명백히 사회문제이다. 그렇다면 공권력은 진작 이 문제에 개입했어야 했다. 나는 요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리더십을 행사하는 모습을 보며 젊은 세대에 미안하고 부끄러워 할 말을 잃는다. 경제학자 케네스 볼딩은 ‘세 얼굴의 권력’에서 권력을 ‘위협적 권력’, ‘교환적 권력’, 그리고 ‘통합적 권력’으로 설명한다. 위협적 권력이란 “불쾌한 결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반대자들이 굴복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우리는 이런 지도자들은 자주 보았다. 그리고 한 달 전 친위쿠데타 세력과 그 수괴의 내란으로 말미암은 비상사태를 통해서 적나라하게 목격하였다. 나는 우리 사회의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권력을 적어도 ‘교환적 권력’으로 이해하고 행사하기를 바란다. ‘교환적 권력’이란 “가치가 있는 것들을 생산하거나 교환하는 능력”이다. 지금이라도 입법, 사법, 행정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교환적 권력으로 이 문제에 개입해 주길 바란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구미 공장 고공농성 중인 박정혜, 소현숙 노동자 ⓒ비주류사진관 전병철


천주교회의 신자들과 수도자 성직자들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정리해고 문제가 하루 속히 해결되도록 다양한 연대활동을 했다. 우리들은 일반 시민들과 함께 “자본의 탐욕 박살내자”라는 표어를 내걸고 구미 현장에서 그리고 평택의 니토덴코의 같은 업종 계열사 앞에서 몇 차례의 미사를 진행했다. 뿐만 아니라 천주교 주교회의 노동소위원회에서는 일본 천주교 주교회의에 공문형식으로 우리의 입장을 전달했고, 일본 천주교 주교회의는 이를 니토덴코 일본 본사에 전달해 사태해결을 촉구했다.

노동자를 소모품으로 취급하면 안 된다
노동자의 노동으로 이익을 얻은 자본은
당연히 그에 합당한 책임감으로
노동자들을 대해야 한다


오늘 기자회견에서는 노동현장에서 온 발언자들이 노동자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억울한 일인지를 토로하였다. 노동자가 아닌 내가 보아도 노동자는 심한 차별을 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이 시대에 노동의 가치를 포함하여 인간의 가치가 얼마나 심각하게 왜곡되었는지 그래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건강하지 못한지를 보여준다. 노동의 가치와 인간의 가치를 회복하지 않는 한 그 답은 없을 것이다. 가톨릭교회의 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은 “재화를 생산하고 교환하고 경제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간 노동은 경제생활의 다른 요소들보다 우월하다. 다른 요소들은 오로지 도구라는 성격을 지니기 때문이다.”(기쁨과 희망, 68항) 여기서 자본도 다른 요소에 속하며 도구이다. 즉 자본은 목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노동의 가치가 자본보다 우선한다. 그리고 인간이 노동을 위해 있지 않고 노동이 인간을 위해 있다. 그래서 인간은 노동을 통해서 더 나은 존재로 성장한다.

그러므로 노동자를 소모품으로 취급하면 안 된다. 그리고 노동자의 노동으로 이익을 얻은 자본은 당연히 그에 합당한 책임감으로 노동자들을 대해야 한다. 일방적인 해고로 노동자를 한 순간에 삶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것은 폭력이다.

고공 농성중인 두 노동자를 위해서, 더 나아가 우리 사회를 위해서 희망텐트라는 사회적 연대는 필요하다. 요즘 사회적 연대를 말할 때 응원봉 연대를 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응원봉을 들고 사회적 연대를 행동으로 옮기는 젊은 세대에 감탄한다. 그들의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하는 상상력이 고맙다. 광장의 민주주의와 노동현장의 민주주의는 결코 다르지 않다. 나는 우리사회의 모든 세대가 참여하는 사회적 연대의 열기가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들을 위한 희망텐트에도 전해지길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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