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농성장으로 달려간 전종덕 의원이 놀란 이유

“이미 응원봉 든 시민들이 와 있었고, 핫팩과 담요 등의 물품이 도착하고 있었다”



“어젯밤 10시 반 정도였을까, 얘기를 듣고 현장으로 뛰어갔다.”

8일 국회 본회의 시작 직전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와 만난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전날 늦은 밤 서울 한화그룹 본사 앞으로 달려간 사연을 전했다.

앞서 지난 7일 강인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주변의 만류로 49일째 이어오던 단식농성을 중단하고,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은 한화그룹 본사 앞에서 철야농성을 시작했다. 이날 체감온도는 영하 10도. 한파 속에서 하청노동자들이 텐트를 치려 하자, 회사 직원들이 나타나 텐트를 뺏었다. 이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고 일부 노동자가 다치는 일이 발생하자, 전 의원은 급하게 이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전 의원이 도착했을 때 그곳에는 이미 시민들이 와 있었다고 한다.

전 의원은 “제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응원봉을 든 국민들이 와 계셨고, 그 이후로도 한분한분 오시는 상황이었다. 집이 가까운데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는 분도 있었고, 집에 가는 길에 소식을 듣고 왔다는 분도 있었다”라며 “놀랐던 것은 한분한분 오시기 시작하자 음식이 계속 배달되고, 핫팩과 담요 그리고 ‘키세스’ 은박 담요 등 투쟁물품이 계속 도착하면서 어찌 보면 제2의 남태령, 제2의 한남대첩 같은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지난 7일 밤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 소식을 듣고 한화그룹 본사 건물 앞에 모인 시민들. 2024.01.07. ⓒ전종덕 의원 페이스북



한화오션은 옛 대우조선해양이다. 2022년 여름 한 하청노동자(유최안)가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며 0.3평의 철제 구조물 속에 몸을 구겨 넣고 ‘대화와 협상’을 요구했던 대상이 대우조선해양이다. 이후 한화오션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했는데, 최근 한화오션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그런데 회사에 선박 제조의 핵심 노동을 제공하는 하청노동자에 대한 처우 문제는 2년 넘게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개선되지 않는 하청노동자의 처우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 입법을 막은 노조법 2·3조와 직결돼 있다.

이와 관련해 전 의원은 “(하청노동자 처우 관련한)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은 전부 원청회사가 갖고 있다. 그런데 원청은 하청노동자 문제에 대해 ‘우리와 상관없다’고 얘기하고, 하청회사는 원청 눈치만 본다.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이 길어지고 고통받는 이유”라며 “그래서 (하청노동자가 진짜사장과 교섭할 수 있도록) 노조법 2·3조를 개정하려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조법 2·3조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바람에 개정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하청노동자들의 처우개선 기회가 박탈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전 의원은 “하청노동자들이 진짜사장과 교섭해서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게 우리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3일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내란수괴 혐의 윤석열 대통령 즉각 체포를 촉구하며 행진하던 민주노총 조합원이 경찰에 연행됐던 것과 관련해, 전 의원은 “정작 체포해야 할 내란수괴 윤석열은 비호하면서, 윤석열을 체포하라는 노동자를 잡아가는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라며 “경찰 당국에 강력하게 항의했다”고 전했다. 당일 전 의원 등 진보당 의원들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갇혀 있던 은평경찰서를 찾아 석방할 것을 촉구했다. 이후 연행됐던 조합원들은 25시간여 만에 석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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