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계통에서 일하는 장충만(활동명) 씨는 최근 모욕적인 경험을 했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기 위해 혹한과 폭설을 견디며 거리에서 밤을 지새운 ‘키세스단’에게 고마움을 표하고자 그린 일러스트가 극우세력에 의해 ‘경광봉단’으로 왜곡돼 공유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 씨는 8일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지금 광장에 나오는 20·30대, 특히 여성들처럼 밤새워 눈을 맞으며 하지는 못하는 부채감과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일러스트를 그려서 올렸다”며 “그런데 이 이미지가 태극기 부대를 상징하는 것으로 도용당했다는 사실이 수치스럽고 이 소녀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처럼 느껴져 불쾌했다”고 말했다.
장 씨가 지난 6일 그린 일러스트를 보면 흩날리는 눈발과 형형색색 불빛을 배경으로, 은박담요를 둘러쓴 채 즐겁게 응원봉을 흔드는 한 소녀가 그려져 있다. 머리에는 ‘윤석열 체포’라고 적힌 띠도 있다. 하단에는 “고맙고 미안하고 벅차도록 눈이 부신 소녀들에게”라는 문구와 함께 장 씨의 활동명(ㅊㅁ)이 함께 기재돼 있다.
이 일러스트는 시민단체 촛불행동의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 공유되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런데, 또 다른 소셜미디어인 스레드(Threads)의 한 이용자가 “이 포스터는 이제부터 우파겁니다”라며 해당 일러스트를 무단으로 도용, 왜곡했다. 그림 속 소녀의 이미지는 그대로 둔 채, 응원봉을 지우고 극우 집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경광봉과 태극기 이미지를 추가한 것이다. 배경 역시 응원봉의 형형색색 불빛 대신 경광봉의 빨간 빛으로 대체됐다. 하단의 문구는 “감사합니다 어르신, 이젠 2030이 함께 지키겠습니다. 함께 싸우겠습니다”로 바뀌었다.
이 스레드 이용자의 게시물을 보면, 키세스단을 형상화한 일러스트를 마치 극우 집회 참석자로 왜곡한 이미지를 여럿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행위를 “좌파의 작품에 우파의 색채를 더하는 것”이라고 자평하며, “해당 작품의 영향력을 훼손하는 데 이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트 해오면 다 우파 것으로 바꿀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와 비슷한 행위를 하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히 밝히기도 했다.
장 씨는 “내란 선동, 추종 세력이 민주 시민에 대해 모욕을 가하는 것”이라며 분노하며,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이같은 상황을 공개했다. 그는 “단순히 온라인 생각에서 지나가는 일이라고 생각하다가 모욕스러운 말과 그 본질이 우리 국민과 내가 사랑하는 지인들을 향해 총부리와 니퍼, 망치를 휘두르려고 했던 계엄과 내란에 동조하는 무리라는 생각이 드니 소름이 끼치고 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적절한 법적 대응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