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인간 존엄성을 빼앗긴 시대, 어떻게 헤쳐갈 것인가? 창작 뮤지컬 ‘글루미 선데이’

제2차 세계대전의 혼란과 절망, 그 상실의 시대를 살아내야 했던 연인들의 슬픈 운명

일로나 역 이정화 - 자보 역 최재웅 ⓒ더웨이브


우울한 날이었다. 최근에는 거의 모든 날들이 우울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작품의 제목조차 글루미 선데이, 우울한 일요일이다. 바로 초연되는 창작 뮤지컬 ‘글루미 선데이’ 이야기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1939년 헝가리 부다페스트는 왜 이 작품의 제목이 ‘글루미 선데이’인지를 짐작게 한다. 이 작품은 ‘Gioomy Sunday’란 피아노곡에 얽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글루미 선데이’가 원작이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뮤지컬이 전체적인 내용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 뮤지컬인 만큼 전개와 표현 방식의 차이가 크게 다가올 수 있다.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글루미 선데이(Gioomy Sunday)’는 1933년 헝가리의 피아노 연주자 세레시 레죄가 발표한 곡이다. 당시 어두운 시대 상황에서 헝가리에서 발생한 다수의 자살과 연관성이 알려지면서 금지가 되기도 했다.

네 사람의 엇갈린 운명, 그리고 전쟁


뮤지컬 ‘글루미 선데이’의 무대 역시 어둡고 고요하고 무겁다. 무대에 등장한 독일 사업가 한스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한 레스토랑으로 관객을 이끈다. 그리고 그 속에 숨겨져 있던 세 사람, 아니 네 사람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유대인인 자보는 그의 아름다운 연인 일로나와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이 레스토랑은 자보가 만든 비프롤 덕분에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자보와 일로나는 식당에서 피아노를 연주할 피아니스트 안드라스를 고용하게 되고, 안드라스는 일로나에게 마음을 뺏기고 만다. 안드라스는 일로나의 생일에 ‘글루미 선데이’라는 피아노곡을 선물하게 된다. 한편 레스토랑의 단골이 된 독일인 한스 역시 일로나에게 반해 청혼을 하지만 거절을 당한다. 자보는 강에 뛰어들어 자살을 시도하던 한스를 우연히 발견하고 그를 구한다. 한스는 자보에게 은혜를 갚겠다는 약속과 함께 독일로 돌아간다.

안드라스 역 홍승안 ⓒ더웨이브

네 사람의 엇갈린 사랑으로 시작한 ‘글루미 선데이’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여기서부터다. 1939년 나치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다.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헝가리에도 독일군이 들어오게 되고, 독일 장교가 된 한스는 자보의 레스토랑을 다시 찾게 된다. 악마가 된 독일 장교 한스, 자신의 곡이 자살을 부추긴다는 생각에 괴로워하는 안드라스, 자보와 안드라스를 동시에 사랑한 일로나, 전쟁을 온몸으로 겪어야 했던 유대인 자보, 모두에게 닥친 불행한 운명은 ‘전쟁’으로 시작된다.

혼란스러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던진 질문


뮤지컬은 네 인물 간의 비극적인 운명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하지만 피아노곡 ‘글루미 선데이’가 흐르는 작품 속 갈등과 죽음은, 존엄성이 빼앗긴 인간에게 남은 고통이 어떻게 개개인의 삶을 파괴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또한 전쟁이 어떻게 인간의 존엄성을 빼앗아가는지도 지켜보게 한다.

전쟁을 이용해 부를 축적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더 많은 부를 쌓으며, 전쟁범죄자에서 전쟁 영웅으로 신분 세탁을 한 채 평화로운 삶을 산 한스가 극의 시작을 알리는 설정이 다소 거북하기는 하다. 그럼에도 전쟁은 아니지만 전쟁만큼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 작품은 결코 가볍지 않게 다가온다. 특히 작품 전체에 흐르는 피아노곡 ‘글루미 선데이’는 내용만큼이나 깊은 잔상을 남긴다.

자보 역 정문성 ⓒ더웨이브

무대는 자보의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무대 주변부를 다양한 시공간으로 활용하지만 대부분은 레스토랑을 벗어나지 않는다. 때문에 시대 상황보다 인물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다. 무대에 오른 실력파 배우들의 연기는 초연되는 창작 뮤지컬을 안정감 있게 만들어 준다. 자보 역에 배우 최재웅, 김종구, 정문성이, 일루나 역에 배우 이정화, 허혜진, 이지연이, 안드라스 역에 배우 정민, 유승현, 홍승안이, 한스 역에 이진혁, 반정모, 홍기범이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창작 뮤지컬 ‘글루미 선데이’는 2025년 1월 25일까지 링크 아트센터 페이코 홀에서 공연된다.

창작 뮤지컬 ‘글루미 선데이’

공연 날짜 : 2024년 11월 5일(화)~1월 26일(일)
공연 장소 : 링크 아트센터 페이코 홀
공연 시간 : 화, 목, 금 20시/수 16시, 20시/토 15시, 19시/일·공휴일 14시, 18시/월요일 공연 없음
러닝 타임 : 120분 (인터미션 없음)
관람 연령 : 중학생 이상 관람가
창작진 : 작, 작사 성종완/작곡, 음악감독 김은영/연출 김달중
출연진 : 최재웅, 김종구, 정문성, 이정화, 허혜진, 이지연, 정민, 유승현, 홍승안, 이진혁, 반정모, 홍기범
공연 예매 : 티켓링크, 인터파크 티켓
공연 문의 : 02-6954-0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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