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와 국민대가 올해 등록금을 각각 4.85%, 4.97% 인상하기로 했다. 고려대·연세대·이화여대·한양대 등 서울 소재 주요 사립대들도 등록금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연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등록금 안정화에 동참해 달라는 서한을 보냈지만, 대학들은 재정 여건 악화를 감당할 수 없다며 동결 기조에 반기를 든 것이다. 작년에도 4년제 대학 중 26곳이 등록금을 인상했고, 이번에는 서울 주요 대학들이 동시에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면서 도미노 인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등록금이 인상되면 그 부담은 오롯이 학생과 학부모가 지게 된다. 2024년 사립대학의 연평균 등록금은 763만 원 수준이다. 등록금 동결 정책이 10년 넘게 이어졌다고 하지만 가계에 미치는 부담은 여전히 크다. 여기에 교재비나 생활비를 더하면 실질적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생 10명 중 9명이 등록금 인상에 반대했다. 인상에 반대할 뿐만 아니라 등록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응답이 49.1%로 가장 많았다. 다른 학교 총학생회들도 인상 반대 입장을 밝히며 학생들의 인식 조사를 진행 중이다.
대학들은 지난 십수년간 정부의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재정이 악화됐다고 주장한다. 교육시설 개선, 우수 교직원 채용, 학생 복지 개선을 위해서는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2023년 한 해 동안 쌓인 사립대학 적립금만 3,804억 원이고 전체 규모는 11조 1,300억 원 규모라는 것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다. 학교마다 사정이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적립금 활용 방안은 검토도 하지 않은 채 등록금 인상 기회만 엿보는 것은 곤란하다.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 대학의 과도한 등록금 인상이 지속되자 2008년부터 대학가와 시민사회에서 반값 등록금 운동이 본격화됐고 그 결과 국가장학금 지원 등과 연계해 등록금 인상을 못 하도록 했다. 당시에도 고등교육재정 확충 등의 요구가 있었지만, 등록금 동결·인하를 강제하는 손쉬운 정책만 고수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대체로 정부 방침을 따랐지만, 15년이 지나자 대학들은 이제 보조금을 받는 것보다 등록금 인상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의 대학 등록금 정책이 한계에 다다른 결과다. 등록금 의존율이 과도하게 높은 사립대학의 재정구조가 바뀌어야 하고, 고등교육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위한 정부의 책임을 높이지 않으면 대학의 재정 문제도 해결할 수 없고, 학생과 학부모에게 부담만 키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