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박정훈 대령이 옳았고 우리사회에는 더 많은 ‘박 대령들’이 필요하다

고 채 상병 순직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정훈 대령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군사법원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의 수사기록 이첩 보류 명령이 부당했으며, 이 부당한 명령을 따르지 않은 박 대령이 옳았다고 봤다. 또 박 대령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수사 외압을 폭로한 것이 '상관 명예훼손'이라는 군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군 검찰이 박 대령을 기소한 것은 2023년 10월이었다. 박 대령이 사령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고 수사 외압을 폭로해 상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군 검찰의 기소가 사건이 윤석열 대통령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고 임성근 전 사단장의 혐의를 빼기위한 것이었음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니 이번 판결은 그야말로 사필귀정이라 할 만하다.

이제 남은 것은 윤 대통령의 위법적인 지시 여부에 대한 수사다. 윤 대통령이 당시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며 격노한 이후 박 대령에 대한 탄압이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이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이와 관련한 질문에서 "인명사고가 나서 장관에게 질책성 당부를 한 것"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그 동안 윤 대통령이 내놓은 거짓말들을 보면 이 대답을 신뢰하기란 극히 어렵다. 결국 윤 대통령과 이종섭 전 장관, 이 전 장관의 행동 등이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이번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다고 할 것이다. 박 대령의 항명 혐의와 수사 외압이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의 사건을 구성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 1심 판결이 갖는 중요한 의미는 또 하나가 있다. 상관의 위헌, 위법적인 지시는 거부하는 것이 옳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뜻이다. 지금도 국가기관인 경호처는 법원이 발부한 적법한 체포영장에 대해 힘으로 막아나서고 있다. 경호처 직원들은 이런 불법적 지시를 거부해야 한다. 그것이 올바른 행동이며, 법에 의해 보호받는 행위라는 것을 이번 재판은 드러냈다.

지난 12.3 계엄 과정에서 불법인줄 알면서 이에 무기력하게 순종했던 군 장성과 경찰 고위급이 어떤 처지로 내몰렸는지도 똑똑히 보아야 한다. 우리사회에는 더 많은 '박 대령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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