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한인임의 일터안녕] 제주항공기와 무안공항에서 영면한 179명을 애도하며

우연을 찾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러나 필연은 찾을 수 있고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없앨 수 있다.

2024년 12월은 월초, 월말 모두 충격의 도가니였다. 새해가 밝았지만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지난 12월의 거대 충격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무리를 해야 하는데 뭐 하나 쉬운 게 없다. 2025년은 이렇게 밝았다. 세월호의 아픔, 이태원 참사를 겪고 다시는 없을 줄 알았던 초대형 사고가 또 발생했다.

길을 가다 번개에 맞은 상황이 아니라 최첨단 항공 사고이기 때문에 분명히 인재다. 새떼 관리를 외주업체가 아니라 직영으로 운영했더라면, 아니 생태계를 위해 겨울 철새가 가장 많이 오는 무안공항을 기존대로 군공항으로만 활용했더라면 어땠을까. 콘크리트가 아니라 잘 부서지는 소재로 로컬라이저를 설치했으면 어땠을까. 착륙해서 다시 이륙하는데 ‘28분’ 정도만 정비할 수밖에 없었던 항공기 가동률, 이렇게 무리하게 운행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무엇보다 국제적으로도 탈 많고 사고 많은, 특히 랜딩기어가 계속 문제가 되어왔던 ‘B737-800’ 기종을 리콜하거나 이 기종에 대한 추가 규제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31일 오전 서울시청 본관 앞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12.31. ⓒ뉴시스 (공동취재)

이제 공은 국토교통부 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로 넘겨졌다. 국토교통부는 ‘법을 어긴 것은 없다’고 했다. 애경그룹도 신속하게 사과했지만 뭘 잘못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난감하다. ‘법’을 어기지 않으면 만사형통인가. 법은 사회의 최저기준이다. 따라서 법을 어기면 처벌을 받는다. 사회의 최고기준은 ‘도덕’, ‘윤리’ 정도가 될 듯하다. 그래서 도덕적이지 못하거나 윤리적이지 못해도 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손가락질은 받을지언정. 법 또한 불완전하다. 그래서 현실사회에 맞도록 지속적인 법 개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와 같은 국민을 위한 행정기구에서는 ‘법’만 지켜서는 안 된다. ‘위험’이 인지되는 모든 상황에 대한 관리를 수행해야 한다. 99m는 안 되고 100m는 된다는 식의 사고가 전형적인 전시행정적 법률이해 방식이다. 179명이 사망했는데 ‘법을 어기지 않았다’는 변론은 행정기구에서 쏟아낼 얘기가 아니다.

사고의 원인을 분석하는 ‘스위스 치즈 이론’에 따르면 구멍이 숭숭 뚫린 치즈 조각들이 불규칙하게 움직이다가 어느 날 각 구멍이 한 줄로 나란히 겹치게 되면 그것이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즉, 불안전 요소들(아차사고와 같은 필연)이 존재하고 있다가 어느 날 운명처럼(우연) 중대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우연을 찾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러나 필연은 찾을 수 있고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없앨 수 있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바로 이 필연적 요소들을 찾는 것이다. 법을 어기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필연적 요소를 관리하는 것 또한 행정부처나 기업 모두가 반드시 수행해야 할 안전의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개월 정도 후에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위법’ 사실이 밝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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