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에 들어 젠더 갈등이 심각하다는 인식이 완화되었을뿐만 아니라, ‘20대 남성은 보수를 지지한다’는 등식도 일부 균열이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진보당 진보정책연구원이 한국사람연구원, 한국리서치와 함께 실시한 ‘2024 대한민국 내셔널어젠다 조사’의 2차 워킹페이퍼 결과에 따르면 20대 남녀의 이념 성향의 차이는 2022년까지는 커지다 2023년 이후 확대되지 않는 양상을 보여준다. 20대 여성이 20대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진보적”이긴 하지만, 그 차이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윤석열 정부시기 젠더 갈등이 심해졌다거나, 20대 남성과 여성 사이의 이념 차이가 커졌다는 것은 사실과 거리가 먼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종합사회조사(KGSS) 데이터 기준 : 18-29세 남녀 진보층-보수층비율(%) ⓒ자료: 한국KGSS 종합사회조사데이터(2003-2023)
이때문인지 ‘젠더갈 등이 심각하다’는 체감도 약화됐다. 2030세대에서 2015년~2019년에는 남녀 갈등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여론이 증가하였지만, 2020년~2021년을 경과하며 감소세로 돌아섰고, 최근에는 2015년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렇다면 이대남과 이대녀의 인식 갈등은 어디에 집중되는가? 정한울 리서치 디자이너는 “젠더와 권력이 만나는 지점”에 집중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20대 남녀 갈등이 페미니즘 이슈, 혹은 페미니즘 정부를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태도에 집중됐다는 것이다. 20대 여성이 친페미니즘 성향이 강하고, 20대 남성이 안티페미니즘 성향을 보인다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확인됐는데 다만 이대남과 이대녀의 페미니즘 인식 간격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대남과 이대녀의 정책에 대한 인식 차이는 어떻게 나타날까. 먼저 이대녀는 민생지원금으로 대표되는 민주당 정책에 찬성하고, 소수자 인권과 관련된 소위 ‘정치적 올바름(PC)’ 이슈에 동의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이대남은 이대녀와 비교했을 때 금투세와 같은 윤석열 정부의 정책에 동의하는 측면을 보이며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도 전연령 전세대를 통틀어 가장 낮은 동의 정도를 보인다.
실질적인 쟁점영역 : 양당의 상징적 정책과 소수자 차별에 대한 태도 ⓒ데이터 :진보정책연구원×한국사람연구원×한국리서치 <내셔널어젠다 2024조사>
정한울 리서치 디자이너는 남녀간의 이념 갈등이 사실상 페미니즘을 둘러싼 정체성 갈등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사회에서 남자와 여자 중 누가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인가라는 정체성 인식에서 20대 여성의 인식 차이가 젠더 갈등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젠더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가. 정한울 리서치 디자이너는 “젠더 관련 모든 쟁점에 대한 20대 남녀의 인식 충돌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지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주요 양성평등 정책에 대한 동의 비율(%) ⓒ자료: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창간기념조사(2021.5)진보정책연구원×한국사람연구원×한국리서치 <내셔널어젠다 2024조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지원과 보상’이나 ‘성범죄 처벌 강화’에 대해서는 이대녀는 물론 이대남의 과반이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군급여 인상’이라는 양자간 인식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다.
신석진 진보정책연구원장은 “이대남과 이대녀 얼마나 다른지에 주목하는 만큼, 얼마나 같은지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본 연구가 “20대 남녀가 상호 차별받는 요인에 대해 인정하고 이를 교정하기 위한 지원과 보호에 동의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