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의 죽음은 사랑하는 이의 '무'를 확인하는 일이다. 자신의 곁에서 밥을 먹고, 대화하고, 심장을 맞대오던 유형의 대상이 더 이상 내 곁에 존재하지 않음을 인정해야 하는 일이다. 그 슬픔은 상상하기도 어렵다. 그 가운데 영화 '언데드 다루는 법'(Handling the undead / Håndtering av udøde)은 죽은 존재가 돌아온다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영화 속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자들이 나온다. 할아버지 말러와 말러의 딸 안나는 아이를 잃었다. 그리고 남편 데이빗은 교통사고로 아내 에바를 잃었고, 노부인 토라는 반려자 엘리자베트를 떠나보냈다.
사람들은 사랑하는 존재가 사라진 '무'의 상태에 깊은 상실감과 슬픔을 보인다. 엄마 에바를 잃은 아이들은 무기력하게 엄마를 기다리고, 반려자 엘리자베트를 잃은 토라 할머니는 정성을 다해 반려자의 장례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텅 빈 집으로 맥없이 돌아온다. 아들 엘리아스를 잃은 엄마 안나는 모든 생의 감각을 잃었다. 생존을 위해 일만 할 뿐이다.
그러다 극 중 원인불명의 정전 혹은 과학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어떤 현상으로 인해서 죽은 가족, 죽은 연인이 살아있는 시체로 가족에게 돌아온다. 살아온 자들은 숨은 붙어 있지만 의욕도, 활기도, 생기도, 생각도 없다. 좀비처럼 말이다.
좀비가 되어 돌아온 아들, 연인, 엄마. 영화는 죽은 이를 다시 만난 가족들의 반응을 유심히 살핀다. 놀라움과 기쁨도 잠시, 산 자들은 좀비로 돌아온 존재를 통해서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사랑하는 존재의 죽음을 경험한 가족의 얼굴엔 슬픔이 넘실거리지만, 죽은 채 회귀한 존재를 만난 가족의 얼굴엔 수만 가지 감정이 넘실거린다. 슬픔, 공허, 허탈, 그리움으론 설명이 안 되는 감정의 결이다. 그 결을 영화는 담아낸다.
이미 수많은 좀비 영화가 존재했고, 좀비가 된 가족(혹은 연인) 곁에 머물려는 주인공의 모습(장면)도 다수 노출됐었다. 그 중에 '언데드 다루는 법'은 특별했다. 죽은 자와 산 자 사이에 긴 휴지를 두고, 관객이 요동치는 감정을 맞닥뜨릴 수 있도록 해줬기 때문이다. 보통의 좀비 영화는 그럴 틈을 주지 않는다. (주인공은 좀비로 변해가는 가족을 버리고 떠나거나, 어쩔 수 없이 죽이거나, 혹은 먹힌다) 그래서인지 관객은 영화를 통해서 슬픔의 깊이에 몸을 조용히 맡겨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더불어 영화 속 예측 불가능의 상황은 영화에 활력을 입힌다. 그래서 이 영화가 다른 좀비 영화와 다른 특별한 좀비 영화임을 느끼도록 만든다.
영화 '렛 미 인', '경계선'의 원작 소설을 집필한 스토리텔러 욘 A. 린드크비스트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영화는 오는 1월 22일 개봉한다. 테아 히비스텐달 감독이 연출했고, 레나테 레인스베, 앤더스 다니엘슨 리, 바하르 파르스 등이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