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권한대행이 고교 무상교육 비용을 국비로 지원하는 기한을 3년간 연장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교부금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고교 무상교육은 2019년 2학기에 시작된 것으로, 입학금,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용 도서 구입비 등 총 1조 9872억의 예산에 대해 국가가 47.5%, 시도교육청이 47.5%, 지자체가 5%씩 각각 분담해왔다. 문제는 이와 같은 재정 분담에 관한 규정이 일몰법(日沒法)으로 정해져 있어, 3년간 연장하는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교육청이 모든 재정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2019년 당시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특례 규정의 형태로 둔 이유는 일몰이 종료되기 전 장기적인 재원 대책을 마련하라는 취지였다. 그런데 지금까지 정부는 이와 관련한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다가 이제 와 모든 책임을 교육청에 떠넘기려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025년 고교 무상교육 중앙정부 예산을 전년 대비 99.4% 감액했다.
정부는 거부권 행사한 이유로 연간 약 2조원의 재정을 중앙정부가 부담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지난해보다 시도교육청에 배정한 교부금은 약 3조원이 증가한 반면, 학령인구는 35만명 가량 줄었으니 그만큼 시·도교육청에 교부금이 ‘남아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늘봄학교, 유보통합, 고교학점제 등 정부가 전에 없던 새로운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지방교육재정은 이미 위기상태에 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4년간 5조원이라는 막대한 재정을 AI디지털교과서에 쏟아붓겠다고 했던 정부가 고교 무상교육에 대해서는 재정 부담을 호소하고 있으니 이율배반적이 아닐 수 없다.
고교 무상교육은 초·중·고 무상교육 시대의 완성이자 교육의 공공성과 공정한 기회를 마련한 일대 전환점이라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 6년이 지난 지금 재정을 핑계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무상교육을 후퇴시키는 것이며, 이는 공교육에 대한 국가책임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정부는 재의요구를 즉각 철회하고 국회에서 의결한 교부금법 개정법안을 공포해야 한다. 또한 고교 무상교육이 지속가능하도록 관련법을 개정도 조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