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두둔을 이어갔다. 그런 인식이 억지 논리에 따른 것이라 우려스럽다.
논란은 최상목 대행이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3인 중 2인만 임명하면서 시작됐다. 최 권한대행의 ‘선택적 임명’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다. 국회의 권한을 행정부 수반, 그것도 권한대행에 불과한 사람이 침해했다는 점에서 위헌적이며 이는 내란으로 빚어진 혼란을 이어가는 짓이었다.
최근 드러난 최 대행의 계엄 당일 정황은 더 충격적이다. 윤석열은 최 대행에게 ‘비상입법기구 예비비’를 마련하라는 취지의 쪽지를 건넸다. 계엄으로 국회 무력화한 이후를 체계적으로 준비한 것이다. 최 대행은 이 지시를 실행하기 위해 기재부 1급 간부회의를 연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윤석열 1차 체포 당시에는 경찰에서 정보를 빼돌려 대통령경호처에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고, 2차 체포에 나선 경찰과 공수처를 겁박한 정황도 나왔다.
이 와중에도, 이 총재는 그를 두둔했다. 이 총재는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제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경제 운영은 정치 프로세스와 분리돼서 간다’는 취지였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정치가 흔들려도 경제 정책 결정은 이뤄지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는지 모르지만, 이는 현실과도 부합하지 않고 원칙에도 맞지 않다. 이 총재가 그토록 걱정하는 ‘대외 신인도’의 요체는 본인이 믿고 있는 ‘정치 프로세스와 경제의 분리’가 아니라 ‘민주주의 회복력’이기 때문이다. ‘내란 수괴’ 윤석열을 민주적 절차에 따라 처리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한국 대외 신인도’를 하락시키는 결정적 요인이다. 이 총재가 두둔한 최상목 대행의 행태가 여기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그런데도 감싸고 돌면 어쩌자는 것인가.
애초 경제와 정치가 분리 될 수 있다는 인식부터가 틀렸다. 경제는 정치의 토양 위에서 피는 꽃이다. 그는 정치의 밭이 따로 있고 경제의 논이 따로 있다고 믿는 것 같다. 결코 동의할 수 없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의지가 모여 탄생한 정부가 법령에 기반해 국가를 운영할 때 경제는 탄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이 총재 스스로도 원/달러 환율이 30원 이상 비정상적으로 급등하고 소비 축소로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0.2%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원인이 ‘정치적 불안’이었다고 강조하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