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새벽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벌어진 폭력난동 사태는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법원 청사로 난입해 기물을 닥치는 대로 부수고, 흉기를 들고 판사를 찾겠다고 사무실을 뒤진 것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일이 맞는가. 많은 국민이 충격을 받고 분노와 모욕감을 느꼈다. 윤석열이 일으킨 내란으로 전 국민이 계엄의 공포에 떤 것도 모자라 이제는 일상에서도 극우세력의 백색테러를 걱정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안전하다는 자부심도 송두리째 무너졌고, 국격은 추락했다.
경찰관을 폭행하고, 판사를 죽이겠다고 하며, 법원 기물을 파손하고 직원들을 위협하는 이들을 모조리 찾아서 엄중 처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수공무집행방해는 물론 소요죄나 폭동죄 적용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국가와 공무원, 민간인의 손해도 빠짐없이 받아내야 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우원식 국회의장, 대법관인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 등이 한목소리로 엄중 처벌과 재발 방지를 촉구하고 다짐했다.
그러나 국민의 불안과 분노는 식을 줄 모른다. 여전히 정치권, 특히 국민의힘이 폭동을 옹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진석 등 대통령 비서실은 내란 피의자들이니 차치해도, 국민의힘 역시 폭력은 안 된다면서도 폭동을 감싸기 바쁘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폭동을 “일부 시민들의 거친 항의”라고 미화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아예 “폭력의 책임을 시위대에 일방적으로 물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경찰 과잉대응과 폭력을 비난했다. “마음은 충분히 이해된다”며 “자제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폭도들의 비위도 맞추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
서부지법 폭동의 상당한 책임이 국민의힘에 있다. 김민전은 ‘백골단’을 국회로 불러들였다. ‘쌍윤’을 자처하는 윤상현은 연일 극우시위 연단에 올라 내전을 선동하고, 폭동 직전에도 법원 난입자들에 대한 ‘훈방’ 운운하며 사실상 법원 침입을 정당화했다. 무엇보다 국민의힘은 윤석열과 발맞춰 수사기관의 수사도, 법원의 판결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도 모두 부정하며 비난하고 있다. 체포영장 집행을 국회의원 수십 명이 직접 나가 막으려 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이 발신한 ‘법원도 믿을 수 없다’는 메시지야말로 폭력으로 법원을 짓밟으라는 가장 강력한 시그널이었다.
이제 국민의힘은 내란동조세력에서 폭동중심세력으로 ‘흑화’하고 있다. 번지레한 말 몇 마디로 국민의 충격과 분노, 불안과 모욕감을 달랠 수는 없다. 한 달간 미뤄둔 최소한의 조치라도 해야 폭동세력과 국민의힘이 구분될 것이다. 우선 여전히 1호 당원인 윤석열을 출당시켜야 한다. 그는 이미 법원으로부터 구속까지 됐다. 아울러 윤상현, 김민전 등 폭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이들을 제명해야 한다. 당 지도부와 나경원, 오세훈, 홍준표 등 중진들은 그간의 수사기관과 법원을 부정한 것과 부정선거론을 옹호한 것에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당 차원에서 전광훈 등 극우세력과 절연한다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
국민의힘이 국민의 지지를 얻어 선거를 통해 집권하려는 합법정당이라고 국민들이 믿기 어렵게 됐다. 당장 대선이나 총선에서 지면 부정선거라며 불복하고 폭력을 선동할 가능성이 충분하지 않은가. 이대로는 집권은커녕 합법 정치세력으로 인정받는 것조차 불투명하다. 너무 늦었지만, 국민과 극우 중에 하나를 선택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