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폐기하고 불법 입국 차단과 에너지 산업 부흥 등 선거 기간 내놓은 공약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전망이다. 그는 취임 첫날에만 100건에 가까운 행정명령을 발동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국경 통제를 포함해 국내 정책에서 전임 정부와 많은 차이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외정책에서는 중국을 견제하는 데 방점을 두는 '신냉전'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와 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방향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겠다거나 한국과 일본에 더 많은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겠다는 그동안의 언명을 볼 때 동맹국과의 관계에서는 다소의 변화가 예상된다.
우리에게 당장 닥쳐올 변화는 보편 관세와 대북 정책 변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기간 중국에는 60%, 다른 국가들에는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장담해왔다. 이렇게 되면 우리 수출에 상당한 장애가 되겠지만 그렇다고 넘지 못할 허들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반도체와 자동차를 포함한 주요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재편할 수도 없고, 우리 정부와 기업의 대응에 따라서는 도리어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
대북 정책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대화를 추진하는 것은 우리에게 하등 나쁠 것이 없다. 일각에서는 '코리아 패싱'을 우려하지만, 현재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해 아무런 지렛대를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는 하나 마나 한 걱정일 뿐이다. 북미 관계가 진전된다면 우리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돌아올 수 있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준비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어처구니없는 계엄과 내란으로 대통령이 탄핵당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안보와 통상 정책이 추진될 수 없다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그동안의 낡은 정책을 고집하는 것보다는 아예 원점에서 새로 시작하는 게 더 나을 것이다. 다만 탄핵과 대선을 거쳐 새로운 정부가 방향타를 잡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의 공백이 불가피하다. 최상목 권한대행을 포함해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최소한의 상황관리를 통해 새 정부가 운신할 공간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