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영화리뷰]나의 꿈을 누군가에게 설득할 필요 없다, 애니 ‘마당을 나온 암탉’

문소리, 유승호, 최민식, 박철민이 더빙 맡아...200만 명 이상 동원한 화제의 작품 ‘재개봉’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 ⓒ스틸컷 이미지

우리는 뭔가 하고 싶을 때 꼭 이런 생각을 한다. '나는 이런 일이 하고 싶은데, 이런 걸 해도 되나. 그게 가능한가. 이 나이에 하면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 해보기도 전에 두려움을 갖고, 될지 안 될지 의심하고 재 본다. 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데(혹은 진짜 간절한지 의심하기도 하면서), 하면 안 될 이유를 더 많이 생각한다.

이런 두루뭉술하고 모호한 태도에 한국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은 시원한 일침을 날린다. 나의 꿈을 누군가에게 꼭 설득할 필요는 없다고 말이다. 시원한 일침을 날린 주인공은 바로 잎싹이다. 잎싹이는 양계장에 묶여 평생 알만 낳아야 하는 암탉이다. 잎싹이와 다른 암탉들은 사료를 먹으며 알을 낳고 먹고 낳고 먹고 낳기를 반복한다. 그런 잎싹이는 진짜 알을 스스로 품어보고 싶다며 양계장을 탈출한다.

'양계장 암탉이 야생으로 나와서 산다고? 그게 가능해?' 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면 이 애니메이션을 꼭 보길 추천한다. 야생 생활은 하나도 모르는 잎싹이를 보면 벌써부터 불안해진다. 그러나 수달 '달수'와 청둥오리 '나그네' 등 다양한 친구들의 도움으로 잎싹이는 바깥 생활에 적응해 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잎싹이는 버려진 알을 발견하고 품게 된다.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 ⓒ스틸컷 이미지

잎싹이는 엄마가 되어 정성껏 알을 품는다. 그리고 알에선 청둥오리 '초록'이가 태어나고, 초록이는 잎싹이를 엄마로 여기고 따른다. 그렇게 잎싹이는 누군가의 우주이자 누군가의 세상이 되어 엄마라는 삶을 이어 나가게 된다. 그리고 초록이를 위해 자신과 생태계가 전혀 맞지 않는 늪 생활도 이어 나간다.

늪에 사는 생물들은 수근거린다. 왜 암탉이 늪에서 사냐며 불만을 갖기도 하고, 꼬리에 꽃을 꽂은 걸 보니 정신이 나간 거라고 놀리기도 한다. 잎싹이가 시끄럽다면서 늪에서 나갔으면 좋겠다고 항의한다. 수영을 못한다고 비꼬기도 한다. 잎싹이가 싫다고 한다. 늪에 사는 친구들에게 잎싹이의 삶은 이해되지 않는다.

잎싹이는 늪 주민들의 반응에 충격을 받고 슬퍼한다. 충격과 슬픔 앞에서 잎싹이는 자신의 아기 초록이 곁에 머물며 성장을 돕는다. 초록이가 홀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말이다. 그것은 아가를 품어보고 싶다는 잎싹이의 명료한 꿈이기도 했다. 잎싹이는 점점 수척해지지만 가슴 속에 생생히 살아있는 꿈을 이루기 위해 투쟁한다.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 ⓒ스틸컷 이미지

양계장에서 평생 알만 낳다가 편히 죽을 것인가. 아니면 마당을 나와 하고 싶을 일을 하며 불편하게 살 것인가. '마당을 나온 암탉'은 자신의 꿈과 자유를 수호하는 잎싹이의 행동을 비춘다. 더 나아가 생태계의 순환 고리 앞에서 숭고함을 보여주는 잎싹이의 모습도 보여준다. 작품은 한 생명체의 삶과 생태계의 순환고리를 눈부시게 아름다운 장면들로 엮어낸다. 순환고리 속에는 초록이의 성장과정, 나그네의 희생, 달수의 빠져나올 수 없는 매력들이 적재적소 녹아 있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2011년 개봉한 작품으로 5회 아시아 태평양 스크린 어워드(최우수 애니메이션상), 31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특별상), 20회 부일영화상(음악상), 44회 시체스영화제(시체스 패밀리) 등을 수상했다. 황선미 작가의 어린이 문학 '마당을 나온 암탉'이 원작이다.

한국어 더빙은 문소리, 유승호, 최민식, 박철민 등 한국의 연기파 배우들이 맡았다. 오성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은 22일(오늘) 재개봉했다.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 ⓒ스틸컷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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