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윤석열 변호인들 수준이 너무 낮아서 처참할 지경이다

나는 법조 기자를 한 적도 없고 법에 별로 관심도 없어서 재판 과정을 온전히 지켜본 경험이 거의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난생 처음으로 헌법재판소 재판 과정을 녹화본으로 100% 시청했다. 사안이 사안인지라 그랬던 이유도 있지만, 지켜보니 이게 의외로 재미있었다.

23일 있었던 탄핵심판 4차 변론을 보면서 윤석열측 대리인의 수준이 너무 처참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심지어 25일 윤석열 변호인단 윤갑근 변호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소는 최고헌법기관이 아니라 최대 난타 기관이라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열을 올렸단다. 나는 이 소식을 듣고 얘들이 진짜 처돌았나 싶었다. 재판 도중에 재판관을 씹는다고? 이건 재판에서 이길 생각이 아예 없다는 이야기다.

예스맨들 데리고 뭘 하는 건가?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을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판결문은 판례로 영원히 기록된다. 그래서 판사들은 판결문을 쓰는 일에 정열을 바친다. 재판 과정이란 판사들이 판결문을 쓰기 위한 논거를 얻는 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윤석열 대리인들은 부정선거론을 헌법재판소로 끌고 들어왔다. 머리가 대가리가 아니라면 생각을 해보라. 헌법재판관들이 대통령 탄핵이라는 중요한 판단을 하는데, 판결문에 “윤석열이 부정선거가 있다고 믿은 것은 충분한 근거가 있고, 그것은 비상계엄을 내릴 만큼 중요한 비상 상황으로 우리는 판단한다”라고 적을 확률이 있겠냐?

그걸 적는 순간 헌법재판관들은 전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된다. 앞으로 한 500년은 씹힐 각오를 해야 한다. 윤석열을 살려줄 생각이 있는 재판관조차 그 논리로는 못 살려준다.

그래서 윤석열 대리인단이 진정 이 재판을 이기려고 마음먹었다면 단 1%라도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를 물고 늘어져야 한다. 물론 그게 없으니 문제이긴 한데, 그래도 그게 부정선거는 절대 아니다.

나는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김용현에게 “증인이 생각하는 이번 계엄의 목적은 거대 야당에 경종을 울리고 부정선거의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것, 이렇게 정리하면 됩니까?”라고 묻는 순간 재판은 끝났다고 확신했다. 저 질문은 재판관이 판결문을 적기 위해 물은 것이다. 즉 “그딴 이유로는 절대 계엄을 선포할 수 없다. 따라서 계엄은 위헌이고 우리는 윤석열을 탄핵한다”라는 판결문을 쓰기 위한 확인 작업이었다는 이야기다.

이건 법을 몰라도 눈치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알아채야 한다. 설마 이미선 재판관이 “아, 역시 그렇군요. 거대 야당의 횡포와 부정선거 증거 수집 목적이라면 충분히 계엄을 할 만하죠. 아무렴요” 이렇게 판결문에 적으려고 저걸 물어봤겠냐?

이 칼럼에서 몇 번 소개한 적이 있는데 정보경제학에는 ‘예스맨 이론(A Theory Of Yes Men)’이라는 게 있다. 시카고 대학교 경제학과 캐니스 프렌더개스트(Canice Prendergast) 교수의 이론이다.

요약하자면 전문가들은 보스에게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보스가 듣기 좋아하는 사탕발림만 늘어놓는다. 어차피 보스는 전문 지식이 없으므로 진실을 이야기해도 못 알아듣는다. 전문가들이 보스에게 잘 보이려면 진실이 아니라 보스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래서 예스맨들이 양산된다는 게 정보경제학의 시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변호인단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5.01.23. ⓒ뉴스1

“윤석열은 검사 출신으로 변호사들보다 더 법에 빠삭하지 않냐?”는 반론은 받아들이지 않겠다. 지금 이 인간이 법을 제대로 이해한 상태로 보이나? 내가 보기에 법이 대한 이해는커녕 그냥 한 세 바퀴쯤 돌아버린 인간으로 보이던데? 윤석열이 법 전문가면 이런 말도 안 되는 내란을 벌일 리가 없다. 즉 윤석열은 지금 제정신이 아니므로 이를 제어하려면 법 전문가인 변호사들이 진실을 이야기해 줘야 한다.

그런대 윤갑근을 비롯한 대리인단 중 그 누구도 이 일을 하지 않는다. 변호 논리가 전부 윤석열 대가리에서 나온 것으로 채워져 있다. 이 변호사들이 빠가사리가 아닌 한 부정선거를 재판정에 들고 가는 한 이 재판에서 이길 가능성은 빵퍼센트라는 사실을 알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그 짓을 한다. 얘들은 지금 재판에서 이길 생각이 없는 거다. 윤석열에게 잘 보이는 예스맨이 돼서, 윤석열을 추종하는 또라이들의 추대를 받아 국회의원이나 한 자리 해보는 게 소원이다.

재판에 지면 윤석열 지지자들로부터 책임 추궁이 따르지 않겠냐고? 그래서 벌써 얘들이 “헌법재판소는 난타 기관이다” 이런 말을 공개적으로 씨불이고 다니지 않나? 재판 도중 판사를 씹는 게 어떻게 재판을 이기는 전략이냐?

어차피 질 재판, 그냥 자기 이익만 최대한 챙기겠다는 심산이라는 이야기다. 윤석열은 그것도 모르고 “우리 변호사들이 내 뜻을 잘 이해해주고 있네” 이러면서 헤벌쭉하고 있다는 거고.

악마의 대리인

내가 우리나라 재벌 시스템을 극도로 혐오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다. 재벌이 왕처럼 군림하니 주변에 누구 하나 진실을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없다. 예스맨일수록 출세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스템에서 어떻게 올바른 의사 결정이 나올 수 있겠나?

악마의 대리인(Devil’s Advocate)이라는 개념이 있다. 천주교에서 어떤 훌륭한 사람을 시복하거나 시성할 때, 잘못된 추천과 결과를 막기 위해 반드시 시행하는 제도다. 천주교에서는 훌륭한 사람이 성인으로 추천되면 일단 복자(福者)로 인정받아야 된다. 이 과정을 시복이라고 한다. 여기서 한 단계 더 올라가면 성인(聖人)으로 추대된다. 이 과정을 시성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복자 혹은 성인은 정말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매우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이 중요한 과정을 대충 해서 되겠는가?

그래서 시복과 시성 과정에는 반드시 악마의 대리인(Devil’s Advocate)을 세운다. 무조건 추천된 사람의 잘못만을 파헤쳐 “저 사람은 절대 복자나 성인이 돼서는 안 됩니다”라고 주장하는 인물의 의견을 경청한다는 거다.

심지어 노벨 평화상까지 받은 마더 테레사 수녀 시복 때에 교황청은 천주교인도 아니고 당대 무신론계를 대표하던 크리스토퍼 히친스를 악마의 대리인으로 지명했다. 히친스는 이미 <자비를 팔다>라는 책을 통해 마더 테레사 수녀에 대한 악담을 늘어놓은 경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올바른 의사 결정을 위해 이런 사람의 의견까지도 들어보겠다는 의지가 교황청에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어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에는 자기 의견과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반드시 경청해야 한다. 그래야 내 이론에 약점을 줄일 수 있다. 왕처럼 살아가는 한국의 재벌들은 이게 안 된다. 왕을 꿈꾸며 내란이나 일으키고 자빠진 윤석열에게 이 능력이 갖춰졌을 리가 만무하다. 그러니 변호사라는 놈들이 모여 헌법재판정에 부정선거 노래나 부르는 거다.

아무튼 수준 낮은 윤석열 변호사들의 헛소리는 잘 들었다. 내가 윤석열을 증오해서가 아니라 저쪽 변호사들 논리를 들어보니 이 재판은 더 끌 이유가 없겠더라. 쟤들이 지금 지려고 발광을 하는데 이걸 더 끌어서 뭐에 쓰겠나? 하루빨리 헌법재판소가 자기들 소원대로 부정선거 망상론자 내란 수괴 윤석열을 사뿐히 즈려밟아주시기를 소망한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