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하승수의 직격] 내란 핵심 증거 전달자가 김건희 라인?

국회 마비시키고 입법기구 구성하는 지시문··· 전달자는 기억 안 난다는 최상목

MBC뉴스가 공개한 윤석열에게 최상목 부총리가 받았다는 지시문 사본. 내용엔 국가비상입법기구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MBC캡쳐

작년 12월 3일 이후, 워낙 많은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더구나 언론들이 윤석열 측의 ‘아무말 대잔치’도 모두 기사로 쓰고 있다 보니, 정말 중요한 뉴스가 주목을 받지 못하는 면도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내란의 핵심 증거인 ‘최상목 쪽지’와 ‘김건희 라인’의 연관성이다. 이것은 이번 내란의 성격 규명을 위해서도 핵심적인 부분이다.

누가 최상목에게 지시문을 전달했나?


처음엔 ‘쪽지’라고 알려졌지만, 사실은 ‘쪽지’가 아닌 ‘지시문’이다. 국회를 마비시키고 비상입법기구를 설치하겠다는 내란의 핵심 의도를 드러내고 있는 지시문이다. 국회에 대해서는 일체의 자금을 차단하고, 대신에 ‘비상 입법기구’를 위한 예산을 확보하라는 지시였기 때문이다.

이 지시문이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전달된 시점은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라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윤석열 옆에 있는 누군가가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작년 12월 13일 국회 본회의 현안질의에서 최상목 장관이 그렇게 진술했다. 그리고 최근에 지시문의 사본까지 공개된 바 있다.

이 지시문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법관과 헌법재판소도 인정한 바 있다. 윤석열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 심사 당시에 법관이 윤석열에게 직접 한 유일한 질문이 바로 이 지시문에 관한 것이었다. 그런데 윤석열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쓴 것인지, 내가 쓴 것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이렇게 답변을 회피한 것을 보면, 윤석열도 이 지시문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지난 1월 23일 헌법재판소 4차 변론기일에서는 ‘김용현이 직접 작성’했다고 김용현과 입을 맞췄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도대체 이 지시문은 누가 작성한 것일까? 그리고 누가 전달한 것일까? 이 질문은 내란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핵심적인 질문이다.

작성자가 김용현인데, 전달은 김건희 라인이?


우선 윤석열과 김용현은 ‘지시문을 김용현이 직접 작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니 당장 작성자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국무회의 주재하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뉴시스

그러나 전달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 내부에 있는 대표적인 ‘김건희 라인’으로 지목되어 왔던 김동조 국정기획비서관이 최상목 장관에게 전달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좀 이상하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작성했다고 하는데, 엉뚱하게도 전달자는 국방부 장관과 관련 없는 국정기획비서관이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건희 라인’이다.

만약 김동조 국정기획비서관이 최상목 장관에게 전달한 것이 사실이라면, ‘지시문을 직접 작성’했다는 김용현의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김용현이 자신과 지휘-복종 관계에 있지도 않은 김동조 국정기획비서관을 통해서 중요한 지시문을 전달했다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최상목은 왜 전달자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을까?


더욱 이상한 것은 지시문을 전달받은 최상목 장관이 누구로부터 지시문을 받았는지에 대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에서 경제수석으로 근무했던 최상목 장관이 김동조 국정기획비서관을 몰랐을 리는 없다. 그리고 비상계엄 선포라고 하는 중차대한 상황에서 자신에 대한 지시내용을 담은 중요한 문서를 누구로부터 전달받았는지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런데 작년 12월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차규근 의원이 이를 캐물었을 때, 최상목 대행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얘기했다.

2024년 12월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질의 회의록 중에서
2024년 12월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질의 회의록 중에서 ⓒ국회회의록


‘김건희 라인’의 개입 여부에 대한 철저한 수사 필요


신기한 것은 최상목 장관이 그 지시문을 받아서 윤인대 기획재정부 차관보에게 전달했다는 것은 정확하게 기억나는데, 그 지시문을 윤석열 옆에 있던 ‘누구’로부터 받았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는 것이다. 이렇게 선별적으로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지금 수사기관과 야당, 언론들이 집중해야 할 것은 내란의 핵심 증거인 ‘최상목 지시문’을 누가 최상목 장관에게 전달했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수사기관이 최상목 권한대행을 방문조사라도 해서 캐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김동조 국정기획비서관 등에 대한 수사도 필요하다.

만약 이러한 지시문의 작성이나 전달 과정에 ‘김건희 라인’이 개입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내란을 일으킨 본질적인 동기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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