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소득 증가율이 낮아지는 반면 물가상승률은 치솟아 실질소득 하락세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30일 민주당 임광현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2023년 기준 1인당 평균 노동소득은 4,332만원이었다. 전년 대비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1년 5.1%, 2022년 4.7%에 비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그사이 물가는 3.6% 올랐다. 소득증가율에서 물가상승률을 빼면 마이너스 0.8%다. 연봉 4천300만원인 국민은 34만원 줄어든 월급봉투를 받아 든 것이다. 가뜩이나 빠듯한 주머니 사정은 더 궁해졌다.
2023년 결과다. 시계를 2024년으로 늘리면 상황은 더 악화한다. 가계 실질소득이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뉴스가 나온 게 2024년 5월이다. 윤석열 정부는 입만 열면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고 강조해 왔다. 체감하는 국민은 없었다. 경제성장률이나 경상수지 따위는 엄혹한 민생 경기를 반영하지 못했다. 그사이 실질소득이 줄었다는 데이터는 꾸준히 나왔다. 안타깝게도, 국민들의 체감이 경제를 더 정확히 인식한다는 사실만 증명됐다.
2023년은 미국을 제외한 어떤 국가도 한파를 피하지 못한 시기다. 고유가 고금리 고물가, 이른바 삼중고 현상은 전 세계 민중의 실질소득 감소를 부채질했다. 어쩔 수 없는 대외 변수다. 문제는 정부 대응이다. 국민의 실질소득이 줄어들면 어떻게든 보충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정부의 존재 이유다. 세금을 깎아주거나 보조금을 지급하는 따위의 직접지원이 됐든 경기 부양 등 간접 지원이 됐든 뭔가 해야 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도 저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악화시켰다. ‘서민감세’ 운운하며 가계실질소득 보존을 홍보했으나 사실이 아니었다. 감세는 고소득자에 집중됐다. 윤 정부 감세 정책으로 1인 평균 세액은 6만원 줄었다. 하지만 평균의 함정이다. 최상위 소득자의 세액은 5.2%나 줄어든 데 반해, 중위소득자 20만여명의 세액은 오히려 0.89% 늘었다. 임광현 의원의 분석이다. 고소득자들이 꼼꼼하게 챙기는 비과세·분리과세 등 감세 꼼수 영역을 감안하면 이런 역진 현상은 더 클 것이라 능히 짐작할 수 있다. ‘필요한 부분을 더 두텁게’ 지원한다는 거짓말은 검증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한다.
이미 탄핵당해 헌재 파면을 기다리는 윤석열 정부 실정을 다시 들추자는 게 아니다. 차기 정부의 막중한 역할에 대한 주문이다. 기득권 세력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잠깐 숨을 고르고 있을 뿐이다. ‘적폐 청산’이 실제에서 아무런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걸 우리는 문재인 정부에서 똑똑히 확인했다. 부자감세 정상화는 주저앉았고, 복지 확대는 재정적자 선동에 가로막혔다. 임금(소득)주도성장은 계급 간 이간질로 제대로 시행도 해 보지 못했다. 개혁이 좌초한 자리엔 국민의 분노가 싹을 틔우기 마련이다. ‘촛불혁명’을 등에 업고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곧바로 교체된 이유다. 경제회복의 중심은 서민들의 실질소득 강화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