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두 번 다시 같은 비극을 경험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권위주의 정권의 등장으로 헌정을 유린당했던 일을 상기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과거는 ‘인간이 어떻게 저렇게까지 사악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비극에 의해 피로 점철된 역사였다. 그 비극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며 그 결말은 지독히 처참했다. 권력만 쥐면 망나니짓을 멈추지 않는 내란 수괴의 행태에 분노하면서, 소위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하는 이들의 어리석음 또한 이에 동조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가? 수많은 씨알의 행동으로 역사에 기록하고 추념하면서 현재를 만들고 있다. 지난 비극을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 학교와 직장에서 수많은 공중파를 통해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했고, 다양한 실패를 경험하며 교훈을 얻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은, 비극적 역사의 순간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질문하고 행동한 결과였다. 그렇기에 우리가 맞고 있는 현재를 지난 역사에서 배우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변호인단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5.01.23. ⓒ뉴시스
최근 헌법재판소에 등장한 내란 수괴와 중요 종사 임무자들의 변명과 행동을 보면, “과연 저 사람들이 내란 수괴가 맞는가?”라는 의심을 하게 된다.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은커녕 편견과 부정으로 가득 찬 거짓과 증거를 내밀면서 자기가 한 행동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강변하는 모습을 보다니. 골목길에서 술 한잔 걸치고 떠드는 양아치의 모습으로 동정을 사고 싶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저런 자에 의해 우리의 일상이 파괴되고, 파괴된 일상을 다시 찾기 위해 매주 촛불과 응원봉을 들고 집회에 나가고, 정치인과 판검사의 입을 쳐다보는 현실이 피곤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재판과 국정감사의 현장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내란 수괴는 국민 절대다수의 열망과 에너지를 자신과 처가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수많은 법리와 행정을 왜곡했고, 자신의 악을 감추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미 국민 마음속에 내린 수괴는 거대 악으로 규정되었으며, 이 거대 악을 제거하기 위한 국민의 위대한 역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역사를 통해 3.1 만세운동, 4·19 혁명, 5.18 민주 항쟁, 6.10 직선제 쟁취, 2017년 탄핵 등 집단행동을 통해 역사를 바꾸는 집단 효능감 기억이 잘 각인되어 있는 민족이다.
계엄령을 계몽령으로 현혹하는 자들 평범한 이들이 내란에 동조하고 악을 수행했다면...아찔 여전히 암약하는 내란동조세력은 악의 기생자들
그러나 몇몇 여당 정치인들의 돌출 발언과 유명인들이 계엄령을 계몽령으로, 비상계엄을 통치행위라는 말로 바꾸면서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 이에 동조하는 거대 악에 기생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적지 않게 있다는 사실이 슬프기도 하다. 아무리 뛰어난 정치가나 권력자도 혼자 세상을 마음대로 움직이지는 못한다. 과거 비극의 장본인은 히틀러나 전두환 같은 사람보다 그들을 지도자로 추종하고 그들의 명령을 기계적으로 따르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안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지극히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12월 3일 내란에 동조하고 악을 수행했다면 지금은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다행히 수많은 시민이 계엄군을 막아섰다. 명령을 수행하는 군인들조차도 “이 일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아니던가”라고 생각하고 행동했다. 지난 역사에서 교훈을 얻은 의원들 또한 행동을 통해 나섰고, 그렇게 친위쿠데타는 실패로 끝났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이 6일 서울 용산구 윤석열 대통령 관저 앞에서 입장을 밝히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5.1. ⓒ뉴스1
여전히 내란 세력에 복종하는 악의 실무자들이 행정, 사법, 입법부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 이들은 몇 가지 실무적인 절차를 문제 삼아 양비론으로 싸잡아 비판하면서 궁극적으로 악의 연명을 돕고 있다. 특히 자신의 기득권은 누리면서 즉각 실행해야 할 특검법이나 헌재 재판관 임명을 거부하는 권한대행의 행동은 결코 보아넘길 수 없다. 서부법원 폭동과 습격, 내란수괴 세력의 선전 선동을 버젓이 하게 하는 등 갖가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묵과해서는 안 된다. 민심은 창조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내란동조 정치인들, 분단 트라우마를 이용하는 종교인들, 야권이 재집권하면 안 된다고 선동하는 언론인들, 작금의 폭동을 생중계하면서 막대한 부를 끌어내는 유튜버들, 왜곡된 설문지로 사람들의 민심을 흩트리는 여론조사 담당자들, 정책만 집행하면 된다는 관료 그리고 이들에게 동조하는 사람들은 모두 거대 악의 기생자들이다,
많은 사람이 적어도 2월이나 3월이면 헌재의 판결이 나올 것이라고 한다. 그 판결은 선의와 정의를 구현하는 한국사의 한 장면을 구성할 것이다.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할 것인가? 아니면 한층 더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 역사를 기록할 것인가? 때가 되면 만천하에 드러나겠지만, 새로운 열정과 비전을 창출하는 시기가 될 것은 분명하다. 이후 정치 일정을 거대 악과 악에 기생하는 사람들과 기존의 권위와 사회적 영향력에 복종하는 사람들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깨어 있는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미래를 스스로 지켜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미래를 악의 허튼수작에 빼앗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