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전쟁의 포문을 열었고 상대국들은 즉각 대응조치에 나섰다. 최근 중국은 미국의 제재에도 저비용 고효율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선보여 파란을 일으켰다. 국가간 경쟁이 전례 없이 치열한데 여당이자 원내 108석을 가진 국민의힘이 중국혐오에 바탕한 음모론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으니 참담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부터 캐나다·멕시코에 25%, 중국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취임 전부터 공언한 관세 전쟁의 막이 올랐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보복관세 등 대응에 착수했고, 중국도 WTO 제소 등 대응방침을 밝혔다. 이번 조치는 앞으로 자국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며, 우방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 것임을 나타낸다. 갈수록 강화될 관세 장벽은 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이 내세운 자유무역 시스템, 즉 GATT·WTO 체제를 부정하는 조치다. 또한 중국이라는 글로벌 경쟁국뿐만 아니라 인접국 멕시코, 우방국 캐나다를 함께 겨냥했다는 점에서 미국이 자유진영 수장의 역할을 포기하고, 손익을 기준으로 관계를 재설정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한편, 최근 중국 스타트업이 개발한 딥시크도 만만찮은 충격을 줬다. 중국은 불과 2개월여의 개발기간에 약 80억원의 비용으로 고성능 AI 모델을 개발했다. 특히 미국의 제재로 고성능 반도체 칩을 수입하지 못하는 조건에서 저기능 칩을 활용해 개발에 성공했다는 점도 세계 기술경쟁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다.
군사는 물론 무역과 기술 등 전 영역에서 글로벌 무한경쟁이 열렸다. 이념도, 과거 친소도 중요치 않다. 미국의 일극패권이 무너지고 새로운 국제지형이 모색되는 상황과 맞물려 외교 경쟁이 치열하다. 주변국을 봐도 일본 이시바 정권은 미국의 무역전쟁을 타개하는 한편 경색된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의 새 국면을 열 채비를 하고 있다. 중국은 경쟁을 관리하면서도 최첨단 분야에서 미국을 넘어서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으며, 미국의 고립주의를 활용해 우호관계 확장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금 한국은 어떤가. 윤석열은 내란을 일으켜 극우세력의 우두머리로 전락했다. 극우세력은 중국이 한국을 속국으로 삼기 위해 선거시스템을 해킹하고, 관련 공무원 등을 장악해 부정선거를 했다는, 그래서 ‘친중세력’인 민주당의 가짜 총선 승리를 만들었다는 황당한 몽상에 빠져 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이런 몽상을 꾸짖거나 절연하기는커녕 중국혐오에 올라타고 있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야당 대표의 흑묘백묘론을 ‘공산전체주의’로 비난하며 “많은 청년들이 대한민국이 제2의 홍콩이 되는 것을 막겠다며 거리로 뛰쳐나오고 있다”는 기괴한 말을 공식석상에서 해댔다. 그는 박근혜 정권의 주중대사로 시진핑 주석을 호평하며 ‘친중외교’를 이끌기도 했으니 더욱 우습고 안타깝다. 국민의힘 인사들이 앞장서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멸공페스티벌’을 벌이도 했다.
이런 황당한 주장과 소동을 보며 중국은 어떻게 생각하며, 다른 나라는 한국을 어떻게 평가할까. 그에 앞서 미국 못지않게 중국과의 관계도 중요한 우리 기업에 손해가 나도 상관없는가. 보수의 가치마저 외면한 보수정당이 외교안보를 책임진다니 어느 국민이 안심하겠는가. 무지성과 무책임에 통탄할 노릇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에 민주화를 거치며 쌓아올린 대한민국의 국격과 긍지를 무너뜨린 정치세력에 국민적 심판이 내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