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설 직후인 3일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석열 대통령을 면회했다. 30분가량 진행된 면회 후에 기자들을 만난 나경원 의원은 "(윤 대통령이) 당이 하나가 돼서 20·30 청년들을 비롯해 국민께 희망을 만들어줄 수 있는 당의 역할을 부탁했다"고 전했다. 나 의원은 윤 대통령이 '민주당의 1당 독재'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감으로 계엄을 했다거나 이번 계엄을 통해 국민들이 민주당의 행태에 알게 된 것이 다행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에 대해 '나치 독재'라는 비유도 들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헛소리에 대해서는 비판조차 아깝다. 군과 경찰을 동원해 비상대권을 행사하려 했던 자가 누구를 '독재'라고 비난한다는 말인가. 나 의원은 윤 대통령과 "헌법재판관들의 편향적 행태에 대한 우려도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는데 국민의힘 지도부나 윤 대통령이나 제정신이 아닌 듯하다.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임명된 재판관들에 대해 이런 식의 인신공격을 부추기는 건 파시스트의 행동이다.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와 당과 정부의 최고위 지도자들이 도무지 다를 것이 없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내세운 핑계도 가관이다. 권 원내대표는 "정치 현안이나 수사·재판 관련 논의를 하러 가는 게 아니다. 지도부가 아닌 개인적 차원에서 가는 것"이라며 "친구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을 때 가서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도리"라고 둘러댔다. 물론 그가 가서 나눈 대화는 모두 '정치 현안'이나 '수사·재판 관련 논의'였다. 권 비대위원장도 '대학 시절과 이후 검사 생활을 통해 (윤 대통령과) 개인적인 인연이 깊으니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니 도긴개긴이다.
윤 대통령은 위헌·위법적인 계엄에 이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자를 주요 정당의 지도부가 위문하고 황당한 정치 이야기를 나눈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전체가 계엄과 내란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지도부의 일원이라고 할 김재섭 조직부총장이 "임기 중에는 참모로서 듣기 좋은 소리만 하다가, 대통령이 구속되고 나서야 새삼스럽게 인간적 도리를 다하기 위해 대통령을 만나는 건 비겁하다"고 지적한 건 맞는 이야기다. 그러나 김 부총장도 핵심을 피해간 건 마찬가지다. 지금 윤 대통령을 만난 건 비겁하냐 아니면 당당하냐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내란의 우두머리가 감옥에서 여전히 정치적으로 메시지를 내려 하고, 이를 여당의 지도부가 증폭하는 건 내란의 연장이자 또 다른 반동의 준비라고 봐야 한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위헌 정당의 길을 고집한다면 결국 국민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 그때 가서 후회한다고 해도 되돌리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