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홍천 토리숲에서 2023년에 이어 두 번째 홍천 꿈이음 청소년 락페스티벌이 열렸다. 조그만 ‘시골’ 홍천에서 밴드 활동을 하는 청소년들이 모여 벌이는 축제 락페스티벌에 궁금증이 모락모락 일었다. 행사장 입구에서 종이 팔찌를 채워주는 청소년들부터 광장을 메운 청소년 관객까지... 무대와 관객이 하나 된 공연은 기대 이상으로 풋풋함과 싱그러움, 열정이 가득했다. 무대에 오른 팀은 금요일밴드(금요일에 만나는 각기 다른 학교의 청소년들이 모인 밴드), 공작산 밴드(홍천고등학교), 데이밴드(홍천여고), 오일밴드, 해냄밴드, 자일리톨 청소년(홍천여중)밴드, Always with(홍천여중) 이름도, 추구하는 음악도 가지각색인 팀들이 나와 자기만의 색을 보여주었다. 대학입시 때문에 학교, 학원만 다니는 줄 알았던 우리 청소년들이 이렇게 자유롭고 우렁차게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었구나 하는 울컥 감동이 밀려왔다.
아이들은 어떻게 이렇게 ‘모여서’ 이렇게 멋진 페스티벌을 만들 수 있었을까? 마침 두 번째 홍천상상 취재로 2024 꿈이음 청소년 락페스벌 조직위원회 윤두형(예술감독, 기타리스트)님을 만나게 되었다.
시골 마을에 온 기타리스트
윤두형 감독은 기타를 전공하고 연주하며 살았다. 군대에 간 사이에 부모님이 홍천으로 귀농을 하셔서 자연스럽게 전역하고 홍천에 와서 지내게 되었다. 처음으로 시골에서 긴 시간을 보내며 숲과 들을 바라보는 삶이 강렬하게 다가왔다고 한다. 다시 서울로 가려고 모색하고 있던 차에 마을 분들이 동네에 기타리스트가 왔다고 마을 청소년들의 음악교육을 의뢰하러 찾아오셨다. 그동안 연주만 했지 가르치는 일은 처음이었지만 내가 필요한 일이라면 해보자는 생각으로 처음으로 아이들에게 음악교육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다 점차 다른 마을과 지역까지 수업이 하나둘 늘어나고 서울이 아닌 이런 작은 지역에서도 자신의 역할이 필요하다면 해야겠구나 싶었다고 한다.
가르치는 팀들이 하나둘 늘어가면서 자신이 느꼈던 음악적인 즐거움을 아이들과 함께 느끼는 장을 만들고 싶었다. 매년 지속되는 행사로 자리 잡다 보면 어린아이부터 중고생들도 영향을 받고 노래, 밴드, 기타, 악기 등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기면 어떨까. 작년에 처음 락페스티벌 행사를 기획하면서 지역의 기업에 전화를 해서 후원을 요청하고 학교마다 전화해서 스쿨밴드의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그렇게 홍천에 있는 청소년 밴드를 모아서 마스터 클래스를 몇 차례 열고 한 팀, 한 팀 봐주면서 최대한 멋진 무대를 만들 수 있게 최선을 다했다.
숲에서 아이들과 노래를 하는 2024 꿈이음청소년락페스벌 조직위원회 윤두형님 ⓒ필자 제공
좋은 어른 한 명이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
2023년 1회 락페스티벌은 스쿨밴드 위주였다면 2회에는 자체 밴드가 4개 팀 늘어났다는 게 참 감사한 일이었다. 청소년들이 행사를 하면서 서로 만나고 네트워크를 맺으며 새로운 팀들이 교차 되어 만들어 지며 자기 밴드만의 색깔이 있는 자작곡을 하는 팀들도 늘어난 것이다. 스쿨밴드와 연계를 맺으며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몸과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좋은 아지트 같은 공간을 만들어 주고 합주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그런 헌신적인 모습을 보며 좋은 어른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고. 아이들이 처음부터 음악을 즐기고 소리를 내지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렇게 해도 돼요?’라고 끊임없이 물어보거나 틀릴까봐 무서워서 시작을 못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언어와 걸음마를 배우듯 음악을 배우며 ‘잘 치는 것’ 보다 내가 어떻게 칠 때 의도가 잘 전달될까? 음악적인 게 뭘까? 하는 느낌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그 길에서 도울 수 있는 것, 자신이 아는 것을 총동원하여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음악을 통해 슬픔과 기쁨을 표현하고 즐거움을 느끼며 자기를 넘어서는 경험을 하기를 바란다.
“락페스트벌 무대를 본 초등학생, 중학생들이 ‘나도 언젠가 저 무대에 서고 싶다’는 말을 했을을 때 가장 기뻤어요. 문화가 풍부하지 않은 작은 지역이지만 이런 경험을 많이 할 수 있게 어른들이 더 많은 장을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어요”
한 사람이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 누구를 만나서 어떤 네트워크를 만들지에 대한 지역과 공동체의 가능성을 윤두형 감독과의 인터뷰를 통해 배우는 시간이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정성과 노력으로 3회 청소년 락페스티벌은 또 어떤 모습일까. 홍천 토리숲에 쩌렁쩌렁 울리는 청소년들의 맑은 함성이 벌써부터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