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경호차장, 계엄 전날 민간인 노상원에 대통령실 비화폰 제공"

윤건영, 국정조사 청문회서 공개..."김 차장, 12월 13일 불출대장 삭제도 지시"

국회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4일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에게 대통령실 비화폰이 지급된 정황을 밝히고 있다. 2025.02.04. ⓒ국회방송 화면 갈무리

12·3 내란 사태 하루 전,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의 지시로 민간인 신분의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에게 비화폰이 지급된 정황이 4일 드러났다. 김 차장이 비상계엄 기획 단계에서부터 협조한 주요 공모자인 사실을 뒷받침하는 핵심 증거다.

국회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이날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김대경 대통령경호처 지원본부장에게 김 차장의 요청으로 노 전 사령관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사실이 있는지 추궁했다.

대통령경호처 지원본부는 대통령실 비화폰 관리를 담당한다. 때문에 김 본부장은 비화폰 관련 업무를 사실상 총괄하는 책임자다. 비화폰은 일반 휴대전화와 달리 국정운영을 위해 제한적으로 지급, 사용되는 보안 장비다. 수신·발신 내역은 남지만 통화 녹음이 불가능하고, 통신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가 암호화돼 도청과 감청을 막아준다.

윤 의원은 "이번 내란 사태에서 비화폰은 핵심 통신수단으로 악용됐다. 민간인에게도 지급되고, 일종의 '비화폰 공화국'을 만들었다"며 "여러 루트로 확인한 결과, 경호처에서 노 전 사령관에게 직접 비화폰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김 본부장에게 여러 차례 사실관계를 물었지만 김 본부장은 작은 목소리로 "죄송하다"며 말끝을 흐리거나,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는 취지로 발언하며 답변을 회피했다.

이에 윤 의원은 "전화번호 끝 번호 9481, 기억나나"라며 "노 전 사령관이 쓴 걸로 확인된 비화폰 번호다. 계엄 하루 전, 12월 2일 민간인인 노 전 사령관에게 비화폰을 주라고 한 사람이 있다. 증인은 누구인지 알고 있지 않나"라고 거듭 물었다.

김 본부장이 계속해서 즉답하지 않자 윤 의원은 "김 차장의 김○○ 비서관이 와서 비화폰을 가져갔지 않았나. 김 본부장은 비화폰 업무를 총괄하는 사람인데, 모를 리 없다"며 구체적으로 질문을 이어갔다.

윤 의원은 "민간인 노상원에게 비화폰을 준 게 사리에 맞나"라며 "전화번호 전부를 다 공개할까요"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김 본부장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4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김대경 대통령경호처 지원본부장에게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에게 대통령실 비화폰이 지급된 사실을 추궁하고 있다. 2025.02.04. ⓒ국회방송 화면 갈무리

불출대장에 적힌 '테스트(예)'..."예비역 노상원에 비화폰 준 기록"

경호처는 비화폰 지급 내역을 관리하는 '불출대장'을 작성하고 있는데, 해당 문서에도 노 전 사령관에게 비화폰이 지급된 사실이 남아있었다.

윤 의원은 지난해 4월 경호처에서 곽종근 당시 육군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도 비화폰을 지급한 사실을 함께 밝히며 "'테스트(특)' (기록은) 특전사령관에게 비화폰을 줬다는 거고, '테스트(수)'는 수방사령관에게, '테스트(방)'은 방첩사령관에게 줬다는 거다. 여기서 '테스트(예)'는 노상원에게 간 비화폰으로, 예비역이라 '예' 자를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의원에 따르면, 경호처는 불출대장에 '행안부 장관', '비서실장' 등 비화폰을 지급받은 이의 직함을 적어 왔는데, 노 전 사령관 등에 대해서는 다른 표기 방식을 사용했다.

뿐만 아니라 김 차장은 김 본부장에게 '불출대장 관련 기록 삭제'를 함께 요구했다고 한다. 윤 의원은 "김 차장은 지난해 12월 13일 금요일, 김 본부장에게 불출대장 삭제를 지시했다. 법적으로 불출대장은 삭제하면 안 된다"며 "김 본부장과 실무자가 버텨서 기록을 삭제하지 않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이와 관련해서도 "언급이 제한된다"며 답하지 않았다.

윤 의원은 "김 차장이 내란의 비선 설계자인 노 전 사령관에게 비화폰을 바친 건 김 차장이 사전에 비상계엄을 함께 알고 공모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아주 중요한 증거다. 김 차장이 내란에 깊숙하게 관여돼 있다는 거고, 내란의 주요 임무 종사자라는 걸 밝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방정환 국방부 국방혁신기획관은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선포 당일 저녁,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받았고, 이는 국방부 장관실에 전달됐다고 밝혔다. 방 기획관은 '노 씨로부터 누구에게 비화폰을 받았다고 들었나'라는 윤 의원의 물음에 "공소 중인 사실이라 답변을 못 한다"고 했지만, 노 씨가 건넨 휴대전화가 비화폰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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