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턱밑까지 쫓아온 ‘편의점’, 오프라인 유통 1위될까

오프라인 유통 지각변동 예고... 온라인에 직격탄 맞은 백화점

GS25 편의점을 찾은 손님 ⓒGS리테일 제공

오프라인 유통 시장에 지각 변동이 예고된다. 불황에도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해 온 편의점 업계가 오프라인 유통 1위인 백화점 업계를 턱밑까지 쫓아왔다. 조만간 편의점이 백화점을 제치고 오프라인 유통 최강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소비자들의 소비 형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감에 따라 전체 오프라인 유통의 성장이 정체하는 형국이지만, 생활밀착형 상품 위주인 편의점의 경우 성장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오프라인 유통업계 전체 매출은 약 90조원 규모로 집계됐다. 업종별로는 백화점이 17.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편의점이 0.1%p 차이로 그 뒤를 이었다. 백화점과 함께 오프라인 유통 양대산맥으로 불리던 대형마트는 11.9%에 그쳤다.

소비자들의 소비형태가 빠르게 변화하는 데 따른 결과다. 이커머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온라인 유통업계의 매출은 빠르게 늘어나지만, 오프라인은 성장세가 둔화하는 모양새다. 온라인 유통의 매출 증가 속도는 오프라인을 뛰어 넘은데서 그치지 않고, 그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2023년 온라인 매출 증가 폭은 오프라인과 비교해 1.5%p 가량 앞섰지만, 지난해에는 이 차이가 13%p까지 커졌다.

온라인 유통의 빠른 성장에 백화점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백화점 매출은 전년 대비 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1년에만 해도 36%를 웃돌던 백화점 업태 성장률은 2022년 10.3%, 2023년 5.9%에 머물렀고 2024년엔 1%대로 하락했다.

오프라인 유통의 침체는 백화점 양극화로 이어졌다. 비교적 입지가 떨어지는 지방의 중소 규모 점포들은 대부분 매출 감소로 존폐위기에 처한 반면 서울 등 수도권 내에 위치한 대형백화점의 경우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하는 식이다. 실제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매출 상위 12개 점포의 매출이 국내 전체 백화점 매출의 절반을 넘을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문을 닫는 백화점도 늘고 있다. 작년엔 롯데백화점 마산점, NC백화점 서면점, 그랜드백화점 일산점 등이 폐점한 데 이어 올해 6월에는 서울 구로구에 있는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이 폐점할 예정이다. 국내 빅3 백화점으로 불리는 현대백화점이 서울 점포의 문을 닫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프라인 유통이 다양화되고 있다는 점도 백화점 침체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의 일반화와 함께 오프라인에선 복합 쇼핑몰이 등에 소비자들이 몰리는 것도 백화점 고객 이탈에 일조하고 있다.

한 백화점 업체 관계자는 “소비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 백화점에서 찾던 물건들을 온라인을 통해 구입하거나, 아울렛 등에서 구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백화점들도 이런 소비 트렌드에 맞춰 대응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백화점 양극화 현상과 관련해 “현재와 같은 소비 트렌드에서 백화점이 살아남기 위해선 백화점을 찾아야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며 “대형점포와 고급화 같은 조건을 갖추지 못하면 점차 매출이 줄고 결국 도태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산한 백화점 모습 자료사진 ⓒ뉴시스

오프라인 유통 1위 노리는 편의점... 사업 전망은 ‘글쎄’

유통업계에선 곧 편의점이 오프라인 유통 1위 업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생활밀접형 상품들 위주로 판매하는 편의점은 다른 오프라인 유통채널들과 달리 이커머스가 대체하기 쉽지 않다”며 “그래서 유통업계 내에도 유일하게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성장세라면 조만간 오프라인 유통 1위는 편의점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편의점은 성장이 침체된 다른 오프라인 유통 업태들과 달리 여전히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3년 오프라인 유통업계 전체 매출은 3.7% 오르는 데 그쳤지만, 편의점은 8.1%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5.2% 성장세를 기록했다.

장기화하는 불황도 편의점 업계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외식 물가 상승으로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에게 편의점은 저렴한 도시락과 디저트 등의 제품을 선보이며 인기를 끌고 있다. 또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필요해진 저용량 먹거리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어 편의점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오프라인 유통 1위 자리를 넘보는 편의점 업계지만, 사업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국내 편의점 업계는 이미 포화생태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편의점 수는 5만5,800여개를 기록했다. 편의점 수는 2016년 3만4,000여개, 2018년 4만2,000여개에 이어 꾸준히 증가해 왔다. 편의점 왕국이라 불리는 일본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국내 편의점은 인구 950명당 매장 1개 꼴로, 일본보다 약 2.2배 높은 편의점 밀도를 보인다.

한 편의점 업체 관계자는 “이미 편의점이 있을 곳엔 다 있는 상태다. 더 이상 편의점 수를 늘리는 건 출혈경쟁일 뿐”이라며 “입지 조건이 좋은, 수익성이 좋은 곳에 점포를 내는 데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온라인 유통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편의점은 편의점만의 무기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면서도 “온라인과 경쟁할 수 있는 품목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고민”이라고 했다. 

편의점 옆에 편의점 자료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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