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전쟁을 벌여도 미국은 다시 위대해지지 않는다

무역 장벽은 국내외 동맹을 통제하는 수단일 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 21일(현지 시간)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열린 국가 기도회에 참석해 공식 취임 행사를 마무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편집자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2주도 채 안 돼 미국 3대 교역 상대국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며 세계 무역 전쟁의 불을 지폈다. 트럼프는 2월 1일 행정명령에 서명해 캐나다와 멕시코 수입품에 25%, 중국산에 10%의 관세를 매기기로 결정했다. 이런 정책은이공언해온 조치이긴 해도 실제 시행은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안길 전망이다. 물가 상승과 경제 성장 둔화,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 증가가 예상지만 트럼프는 앞으로 더 강도 높은 관세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동기는 권력욕이고 이런 정책이 세계 패권 다툼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자코뱅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Donald Trump’s Trade War Is Unwinnable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말 동안 주요 교역 상대국을 겨냥한 무역장벽 약속을 이행했다. 멕시코에 대한 관세는 막판에 유예했지만, 마약과 불법 체류자 유입을 이유로 멕시코·캐나다산 수입품에는 25%, 캐나다산 에너지에는 예외적으로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또 중국산 상품에는 기존 관세에 일괄적으로 10%를 추가했다.

이러한 조치는 경제정책 수단으로서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관세가 미국 내 가계의 부담을 높일 뿐 아니라, 트럼프가 내세운 신보호주의의 핵심 목표인 무역 적자 영구 축소에도 별다른 효과를 내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관세의 지정학적 논리도 경제 논리만큼이나 불투명하다.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 엘리트가 공히 ‘주요 지정학적 경쟁자’로 지목한 국가는 중국이지만, 트럼프는 정작 중국보다 국경을 맞댄 캐나다와 멕시코에 더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 이번 무역전쟁의 ‘첫 포문’이 과연 무엇을 겨냥하는지 의구심이 커지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자원이 풍부한 캐나다, 나아가 그린란드까지 장악해 서반구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공고히 하고, 장기적으로 중국에 대응하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트럼프가 중국 무역 축소 같은 구체적 요구나 최후통첩을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어, 이런 해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처음에는 펜타닐과 이민자 유입을 문제 삼았지만, SNS에서는 캐나다와의 무역을 ‘보조금’이라고 비난하며 미국이 캐나다를 병합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 사회가 쇠퇴 국면에 접어들었음에도 미국의 전방위적 글로벌 우위를 유지·확장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에서 그 지식인 판 버전인 ‘바이든노믹스(Bidenomics)’에 이르기까지, 관세가 무역 경쟁국을 압박하기보다는 국내외 동맹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쓰인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수익성 높은 자본 유입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미국 무역 구도를 재조정하기 위해 이런 ‘강압적 접근’이 더 신속한 방법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관세 정책은 무엇보다 대통령에게 권력을 집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결국 트럼프의 관세를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은 ‘심리적 요인’이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대의조차 트럼프의 자아도취적인 권력욕에 종속되어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장기적으로 이 같은 일방적이고 폐쇄적인 태도는 미국의 영향력을 깎아먹을 공산이 크다. 이미 여러 곳에서 반발이 일고 있고, 반미 정서를 기반으로 한 광범위한 동맹 형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보복성 무역장벽, 해외 시장에서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와 처벌, 지정학적 고립 등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이런 반미 동맹이 성공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서방 동맹국들이 안보와 무역 측면에서 미국 의존도를 줄이려면, 스스로 내세운 가치에 반하는 정책을 받아들이거나 노골적으로 미국과 맞서는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떤 쪽이든 서구 자유주의 엘리트에게는 부담이 큰 결정이다.

게다가 유럽은 분열된 정치와 끝없는 재정 긴축으로 경제 성장이 억눌린 상태고, 중국은 붕괴 직전인 자산 버블의 후폭풍에 적응하느라 여력이 부족하다. 반면 미국은 풍부한 국내 수요와 에너지 안보라는 글로벌 경제의 가장 중요한 두 자산을 모두 쥐고 있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화석연료 생산국이자 세계 소비의 ‘최후의 보루’인 가계를 보유한 나라는, 어떤 동기로 무역전쟁을 시작하든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 트럼프는 글로벌 체제의 혼란을 미국이 가장 잘 흡수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스스로 ‘최초 교란자(first-moving disrupter)’가 되기로 결심한 듯하다. 결국 ‘미국의 시대’가 저물어간다고 해도, 그 마지막 장은 결코 짧지 않을 것이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