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가자지구 미국이 접수” 느닷없는 황당 제안

팔레스타인 주민 220만 명 이집트·요르단 등으로 ‘영구 이주’ 구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를 직접 관리하겠다며, 그곳에 거주하는 약 220만 명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이집트나 요르단 같은 주변국으로 영구 이주시켜야 한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이는 지금까지 그가 발표해 온 중동 정책 중에서도 가장 강경하고 논란이 큰 발언이다.

트럼프는 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언급했다. 그는 “미국이 가자지구를 접수해 모든 위험 요소를 제거하고, 새롭게 개발해 중동 전체가 자랑스러워할 만한 곳으로 만들겠다”면서 “필요하다면 미군 파병을 포함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가자지구에 전 세계 대표들이 함께 거주하게 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트럼프는 이때 팔레스타인인 역시 배제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오랜 전쟁과 테러의 상징이었던 그곳을 중동의 리비에라(호화로운 해변도시)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구상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 제안은 미국이 수십 년 동안 ‘두 국가 해법’을 공식적으로 지지해 왔다는 사실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팔레스타인인들을 대규모로 다른 나라에 재정착시키려는 움직임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당시 수십만 명의 팔레스타인 난민이 발생한 ‘나크바(대재앙)’를 떠올리게 한다며 아랍권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이미 이집트와 요르단은 트럼프의 재정착 계획을 거부한 상태다.

네타냐후 총리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 아이디어”라며 일정 부분 긍정적 입장을 보였지만, “조율이 필요한 복잡한 문제”라는 점을 시사했다. 전직 미 고위 정보관리이자 현재 애틀랜틱 카운슬 연구원인 조나단 패니코프 역시 “수만 명의 미군이 수십 년간 주둔해야 할 수 있다”며 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서의 국가 재건 실패 사례가 되풀이될 위험성을 경고했다.

트럼프와 가까운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아랍 국가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내 지역구 주민들 중 이 계획에 열광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요르단의 압둘라 국왕은 다음 주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팔레스타인인의 대규모 이동에 반대하는 입장을 직접 전할 예정이다.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가자지구에 대한 대대적인 군사행동에 돌입해 지역 대부분이 폐허가 된 상태다. 아랍과 유럽 국가들은 불안정하게 이어지는 휴전과 인질 협상이 종전으로 마무리되어, 재건 작업이 착수되길 바라고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우리가 새롭게 땅을 마련해 제대로 된 도시를 세우는 편이, 파괴된 가자지구로 돌아가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자신의 구상을 합리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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